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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리포트 9월] 왔다갔다 정부·아웅다웅 국회, 기댈 데 없는 국민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23-09-07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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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리포트 9월] 왔다갔다 정부·아웅다웅 국회, 기댈 데 없는 국민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한덕수 국무총리가 8월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내려가고 소비자물가는 슬금슬금 다시 오른다. 수출은 1년 가까이 감소하고 세수결손 규모는 50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이 나온다.

국민들은 갈수록 살기 어려워지는데 기댈 곳이 없다. 정부는 아마추어적 행태를 반복하며 신뢰를 깎아먹고 있고 정치권은 정책경쟁이 아닌 정쟁에만 매몰돼 있다.

◆ 하루 만에 정부의 말이 뒤집히는 나라

경찰이 의경 부활에 이어 스쿨존 속도 완화 정책을 발표하고 하루 만에 뒤집어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청은 8월29일 간선도로상에 있는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국민 불편 해소를 위해 심야시간 제한속도를 시속 30km에서 시속 50km로 완화하는 방안을 9월1일부터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하루 만인 8월30일 기존에 시범운영 중인 8개소에서만 속도 규제를 완화하고 이후 지역 실정에 맞춰 확대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결과적으로 기존과 달라진 것이 없는 셈이다. 충분한 준비와 필요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졸속으로 국민 안전과 관련된 정책을 발표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8월23일에는 윤희근 경찰청장이 직접 기자회견에서 지난 정부 때 폐지한 의경을 8천 명 규모로 되살리겠다고 발표했다가 군 병력 공백 논란이 제기되자 하루 만에 없던 일로 하기도 했다.

안보 관련 중요 정책을 국방부 등과 구체적 논의 없이 추진해 마찬가지로 비난이 쏟아졌다.

공교롭게도 이번 정부 들어서 경찰 관련 정책이나 인사가 갑작스럽게 뒤바뀌는 일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지난 2월 이번 정부 첫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된 검사 출신 정순신 변호사는 아들의 학교폭력 전력이 드러나면서 임명 이튿날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해 6월에는 경찰 치안감 인사가 발표 2시간 만에 번복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물론 정부의 지시나 방침이 혼선을 빚은 사례가 경찰에서만 나온 것은 아니다. 경찰 밖에서도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다.

해병대 1사단 채수근 일병 사망사고 수사과정이 대표적이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7월30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수사결과를 대면보고하고 결재까지 받았으나 다음날 돌연 이종섭 장관은 경찰 이첩을 보류하도록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박 전 수사단장이 한 차례 보직해임 통보를 받았다가 취소된 후 다시 보직해임 통보를 받았다는 정황도 흘러나왔다.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 사태가 확산하면서 해군 잠수함 홍범도함의 개명 여부와 관련해서는 여전히 정부 입장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국방부 대변인이 8월28일 개명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으나 같은 자리에 있던 해군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8월31일 한덕수 총리가 국회 예결위에 출석해 수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으나 국방부는 9월1일 해군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9월4일 국회 예결위에서 재차 필요하면 차분하게 검토해서 추진하겠다고 말했으나 해군은 또다시 곧바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온도차를 보였다.

앞서 8월 전북 새만금에서 열린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 파행을 수습하는 과정에서도 일관되지 못한 일처리가 빈축을 샀다. K팝 행사 공연장을 새만금에서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옮겼다가 하루 만에 서울상암월드컵경기장으로 변경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정도라면 해프닝으로 지나갈 수도 있지만 국민의 삶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들도 발표 후 폐기나 파기된 경우가 여럿 있다.

지난해 8월에는 교육부가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낮추는 정책을 추진하다가 역풍을 맞아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 한 달여 만에 사퇴했다.

올해 3월에는 고용노동부가 주당 근무시간을 69시간까지 허용하는 방안을 내놨으나 여론의 반발이 커지자 근로시간 개편안을 보완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주당 60시간 근무는 무리라고 발언했으나 대통령실에서 가이드라인은 아니라며 60시간 이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해 엇박자를 내기도 했다.
 
[데스크리포트 9월] 왔다갔다 정부·아웅다웅 국회, 기댈 데 없는 국민
▲ 9월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기국회 개회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 마지막 정기국회도 예고된 정쟁 일색

제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가 시작됐다.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여야의 결기는 남달랐다. 모두 민생을 부르짖으며 정기국회의 문을 열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의원 연찬회에서 가장 먼저 정쟁을 지양하고 민생을 우선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워크숍에서 민생 회복을 위한 7대 입법·추진과제를 제시하며 민생회복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정작 시작한 정기국회에서 민생은 간 곳이 없고 정쟁에만 열을 올리는 모습이 이전과 달라진 것 없다는 시선이 적지 않다.

거대 야당 대표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민주주의 파괴를 막아내겠다”며 정기국회 개원 하루 전 단식을 시작했다. 이 대표는 △국정방향 국민중심 전환 △일본 핵 오염수 국제해양재판소 제소 △국정쇄신과 개각을 촉구했다.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민주당 의원들이 해병대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홍범도 흉상 이전 문제 등을 거론하면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언급해 여당의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설훈 의원은 “대통령이 직권남용을 한 게 분명해 탄핵할 수 있는 소지가 충분히 있다”며 “이대로 가면 윤석열 정권은 국민이 탄핵하자고 나설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김두관 의원도 “국민의 소리를 듣지 않고 무도한 폭정을 계속한다면 기다리고 있는 것은 탄핵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 대표 역시 탄핵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며 정부여당을 향한 칼날을 거두지 않았다. 그는 6일 공개된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국리민복에 반하는 행위를 하면 국민의 뜻에 따라 끌어내리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역시 민주당의 공세를 보고만 있지는 않는다.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조총련 행사 참석을 비난하면서 민주당에 포구를 겨누고 김만배 허위 인터뷰 의혹과 관련해서도 민주당 배후론을 띄우면서 반격에 나섰다.

적극적으로 대야투쟁 기조를 이어가면서 정기국회 국면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은 윤미향 의원 징계안을 제출하고 의원 자격이 없다며 제명을 요구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5일 국회에서 윤 의원과 관련해 “민주당 출신이고 민주당과 공생관계에 있는 윤미향 의원에 대해 보호막을 치고 방탄을 하는 것은 초록은 동색이라는 증명”이라고 주장했다.

허위 인터뷰 의혹과 관련해서는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6일 ‘대선 공작 게이트’ 대응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해당 인터뷰를 “가짜뉴스로 대선 결과를 바꿔치기하려 한 희대의 대선 공작”이라고 규정했다.

윤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이 사건에 일언반구 없이 입을 다물고 있는데 침묵이 길어진다면 대선 공작에 연루돼 있다고 시인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민주당을 정조준했다.

여야가 조금도 물러서고 있지 않은데다 공감대를 이루고 있는 정책 등 접점을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당분간 냉랭한 정국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여야는 상대와 대치뿐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결속을 다져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양쪽 모두 리더십 한계와 내외부 상황 등으로 언제든 내홍이 터져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장 이재명 대표는 검찰의 사법리스크에 직면해 있어 대표직 유지 여부조차 미지수다. 단식에 돌입하며 다소 잦아들긴 했지만 8월 한 달 이 대표를 둘러싼 ‘10월 사퇴설’이 민주당 안팎에서 퍼져나갔다.

검찰은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를 4월 소환하려 했으나 이 대표가 불응해 무산됐다. 조만간 검찰이 이 대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여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이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내부 의견이 분열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표결 결과에 따라 강성 지지층이 비명계 의원들을 공격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미 2월에도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는 과정에서 갈등이 심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의힘 역시 내부 사정이 안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8월 수도권 위기론이 부각되면서 윤상현 의원 등이 당 지도부를 향해 불만을 표출하는 모습이 나타난데다 이철규 사무총장이 배를 침몰하게 하는 승객은 승선하지 못한다고 말하며 당내 긴장이 고조됐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입당 전 관계자와 통화한 내용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향후 친윤계와 비윤계의 갈등을 부채질할 여지가 있는 대목이다.

공개된 녹취록에서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에 정권교체를 할 놈이 없다”, “민주당보다 국민의힘을 더 싫어한다”, “이준석이 까불어봤자 3개월짜리다” 등 발언을 했다. 입당 후 갈등이 생기면 지지자들을 데리고 나오겠다며 분당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5일 녹취록 내용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이게 사실이면 윤핵관이 문제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앞으로 윤핵관 성님들 욕 안하겠다”고 말했다. 김디모데 정책&건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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