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이 아메리칸에어라인에서 대관 업무를 담당했던 네이트 개튼을 부사장으로 영입한다. 미국 트럼프 정부를 상대로 로비를 강화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네이트 개튼 애플 대관 담당 부사장 내정자. <아메리칸에어라인>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과 중국 반도체 사용 규제로 애플이 정치적 로비를 강화할 필요성이 높아진 만큼 새 담당 임원의 역할도 중요해질 공산이 크다.
블룸버그는 13일 “애플이 아메리칸에어라인 출신의 네이트 개튼을 대관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했다”며 “쉽지 않은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네이트 개튼 부사장은 애플에서 사임을 앞두고 있는 팀 쿡 CEO의 임기 만료를 하루 앞둔 8월31일 취임한다.
블룸버그는 이번 인사로 장기간 리사 잭슨 부사장이 담당했던 애플의 대관 업무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잭슨 부사장은 미국 오바마 정부에서 환경보호청(EPA) 청장으로 일한 뒤 2013년 애플에 합류해 환경과 기후대응 목표 수립 및 실행에 기여해 왔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미국 정부의 기후대응 정책을 대폭 축소하며 이와 상반되는 기조를 보여 왔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관세 인상 정책을 시행하고 미국 내 제조업 활성화를 적극 유도하며 애플에 압박을 더해 왔다.
애플이 아이폰을 비롯한 주요 제품을 대부분 중국이나 인도 등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입하는 만큼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에 타격을 피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팀 쿡 CEO는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한 뒤 직접 대관 업무에 나서며 애플과 관계 개선에 주력해 왔다.
팀 쿡은 CEO에서 물러난 뒤에도 애플 이사회 의장을 맡으며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와 협력을 추진하는 역할을 맡는다.
블룸버그는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개튼 부사장이 팀 쿡 CEO와 긴밀하게 협력하며 대관 업무를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개튼 부사장 영입은 애플이 미국 정부와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공화당 성향이 뚜렷한 인물을 대관 책임자로 영입해야 한다고 판단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왔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애플이 미국의 관세 정책에 대응하는 동시에 중국 반도체 사용과 관련한 미국 정부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는 점도 대관 업무를 강화해야 하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애플은 중국 CXMT의 D램을 구매하는 방안을 타진하며 트럼프 정부의 승인을 받기 위해 로비활동을 벌이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CXMT가 중국 인민해방군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을 들어 이들을 블랙리스트에 포함했다.
CXMT의 D램을 제품에 탑재하는 것은 명시적으로 금지되지 않았지만 애플이 CXMT와 기술 협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기는 어려울 공산이 크다.
애플은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으로 아이폰18 시리즈를 비롯한 차세대 제품 생산에 차질을 겪을 위기에 놓여있다.
CXMT의 D램 구매는 애플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다른 공급사를 상대로 반도체 물량과 가격 조건을 협상하는 데 유리한 카드로 쓰일 수 있다.
자연히 애플의 중국 메모리반도체 구매를 미국 정부에서 허가받는 일도 개튼 부사장의 취임 뒤 주요 과제 가운데 하나로 포함될 공산이 크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애플을 비롯한 전자제품 제조사들이 중국 메모리반도체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며 미국 정부에 로비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개튼 부사장의 임용을 계기로 미국 트럼프 정부와 정치권을 향한 애플과 마이크론의 로비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애플은 미국 정부가 국방물자생산법을 활용해 메모리반도체 제조사들이 다양한 고객사에 물량을 배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로비에도 나섰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기업들이 메모리반도체 물량을 선점해 애플과 같은 기업이 불이익을 보지 않도록 정부 차원에서 직접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과 중국 반도체 규제가 애플의 공급망 전략에 직접적 변수”라며 “미국 정치권과 정부를 상대로 한 개튼의 역할에 관심이 집중된다”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