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에 '퍼스트무버'로 전환 독려, '세상에 없던 제품' 준비 중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전자의 체질을 '패스트팔로워'에서 '퍼스트무버'로 전환하기 위해 차세대 제품 개발을 위한 컨트롤타워를 만들며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세상에 없던 제품을 만들겠다’며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해부터 기술이 최우선이라고 여러차례 강조했는데 이를 실행하기 위한 조직을 신설해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나 스마트링과 같은 새로운 제품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8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부문이 최근 미래기술사무국을 신설해 차세대 제품 개발을 위한 컨트롤타워를 만든 것을 두고 ‘패스트팔로워(추격자)’에서 ‘퍼스트무버(선도자)’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첫 걸음이란 평가가 나온다.

미래기술사무국은 ‘세상에 없는 기술과 제품을 확보하라’는 이재용 회장의 경영방침에 따라 만들어진 조직으로 향후 선행제품 개발을 전담하게 된다. 미래기술사무국장은 김강태 삼성리서치 기술전략팀장(부사장)이 겸임한다.

삼성전자 DX사업부는 그동안 패스트팔로워 전략으로 큰 성공을 거둬왔다. 가장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스마트폰이다.

애플이 2007년 1월 최초의 스마트폰 아이폰을 출시한지 1년5개월 만인 2008년 6월 삼성전자는 아이폰의 대항마로 ‘옴니아’를 공개했다.

비록 급하게 내놓은 옴니아는 실패했지만 삼성전자는 2010년 3월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갤럭시S를 출시했고 이후 가격 대비 성능을 앞세운 갤럭시 시리즈로 지금까지도 세계 스마트폰 1위(출하량 기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삼성전자는 XR(확장현실)기기에서도 비슷한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애플은 올해 6월5일 XR기기 ‘비전프로’를 공개한 반면 삼성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개발했는지 전혀 발표하지 않고 있다. 확장현실 사업 계획을 공식화하며 구글과 퀄컴을 협력사로 확보했다고는 발표했지만 기기 출시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애플 비전프로의 소비자 반응을 살펴본 뒤에 기존 제품의 단점을 보완해 더욱 완성도 있는 XR기기를 내놓겠다는 삼성전자의 전략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덩치가 커진 삼성전자가 과거와 같은 패스트팔로워 전략만으로는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경제학자 짐 콜린스는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라는 책에서 패스트팔로워 전략의 한계점으로 기술혁신의 부재, 낮은 브랜드 가치, 낮은 고객 충성도, 가격 경쟁력 유지의 어려움 등을 꼽았다.

이는 최근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이나 가전사업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과 겹치는 지점들이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에 '퍼스트무버'로 전환 독려, '세상에 없던 제품' 준비 중

▲ 삼성전자의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한 모습.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도 삼성전자가 이제 패스트팔로워에서 퍼스트무버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이 회장은 2022년 10월 계열사 사장간담회에서 “성별과 국적을 불문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모셔 오고, 양성해야 한다.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실제로 아직 누구도 개발하지 못한 제품을 가장 처음 만들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기장 기대를 모으고 있는 분야는 로봇인데 삼성전자는 올해 초 로봇벤처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10.22%를 590억 원에 인수했고 추가로 주식 콜옵션(매수청구권) 계약을 체결하는 등 로봇 기술력 확보에 서두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헬스케어용 웨어러블 로봇 ‘봇핏’ 출시도 앞두고 있다. 최근 임직원을 대상으로 파일럿 체험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제품 개발이 사실상 완성됐다는 것으로 읽힌다.

게다가 입는 로봇을 넘어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개발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스마트링도 기대되는 차세대 제품 가운데 하나다.

스마트링은 반지처럼 착용하는 웨어러블 기기로 스마트링에 탑재된 각종 센서로 수집한 신체정보를 바탕으로 다양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 스마트링을 하나의 생태계로 묶어 디지털 헬스케어분야를 선점하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2월 ‘갤럭시 링’이라는 상표권을 등록했으며 이르면 2024년 제품이 공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향후 삼성전자의 인수합병도 세상에 없는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으로 진행될 공산이 크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도 불투명한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화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형성돼 있다”며 “향후 인수합병(M&A)도 삼성전자가 퍼스트무버로 올라서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