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취임 첫해부터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기관장 대상 ‘경고’를 받으면서 경영부담을 더하게 됐다.
이 사장은 지난해 한국토지주택공사 발주현장의 산업재해 사망사고로 경고를 받았는데 올해도 인천 검단신도시 주차장 붕괴사고로 공공주택 품질과 안전관리부분 과제에 직면해 있다.
▲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취임 첫 해부터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기관장 대상 ‘경고’를 받으면서 경영부담을 더하게 됐다. 사진은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연합뉴스>
3일 건설업계 안팎에 따르면 국토부는 5일경 한국토지주택공사 발주현장인 인천 검단신도시안단테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에 관한 조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국토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는 1일 조사를 마무리하고 관련 내용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인천 검단신도시 주차장 붕괴사고는 이미 시공사인 GS건설이 설계와 다른 시공 잘못을 인정한 만큼 조사결과도 대체로 GS건설을 겨냥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한국토지주택공사도 공사 발주청으로 공공아파트 품질과 안전관리부분의 책임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검단신도시 사고 수습과 대응은 이 사장의 리더십 문제와 직결될 수 있다.
인천 검단신도시안단테 입주예정자들은 앞서 6월1일 경남 진주에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와 GS건설 모습에서 무거운 책임감과 죄책감을 느낄 수가 없다”며 “튼튼한 아파트를 갖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사려졌고 큰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입주예정자들은 한국토지주택공사와 GS건설에 안전과 신뢰회복을 위한 전면 재시공을 촉구하고 있다. 정밀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사고부분만 재시공할 것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앞서 5월 검단신도시 아파트 주차장 붕괴사고 현장을 찾아 “안전을 더욱 중시해야 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 대형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해 아찔한 생각”이라며 “위법행위가 발견되면 발주청인 한국토지주택공사와 GS건설이 무거운 책임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고 강경하게 대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사장은 5월18일 한국토지주택공사 본사에서 진행한 간담회에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사고와 관련해 “전면 재시공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한국토지주택공사 입장에서는 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대응할 문제이지 지금 미리 예단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 “모든 것을 사실대로 밝혀서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역할”이라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한국토지주택공사 현장 전반을 되돌아볼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 사장은 검단신도시 아파트 사고 외에도 올해 초 강북구 미분양주택 매입부터 최근 전세제도 개편 등 굵직한 사안을 두고 국토부와 껄끄러운 상황을 겪기도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정부의 핵심 정책사안인 주택부동산분야 사업을 책임지고 있다. 상급기관인 국토부와 잡음은 경영환경에 부담을 키우는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앞서 2022년 12월 전세매입임대사업을 위해 준공후미분양 아파트인 서울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 36세대를 79억4950만 원에 매입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에 따르면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청년매입임대사업을 위해 구입한 것이다. 애초 청년매임임대주택은 역세권 등의 신축아파트, 빌라를 검토해 매입한다.
다만 지난해 미분양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던 상황이었던 만큼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수유 칸타빌 매입을 두고 일각에서 정부가 ‘악성 미분양’ 아파트를 비싸게 사줬다는 시선들이 나왔다.
원희룡 장관도 페이스북 등을 통해 “세금이 아닌 내 돈이었다면 지금 이 가격에 살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국민 혈세로 건설사의 이익을 보장해주고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꼴”이라고 한국토지주택공사를 저격했다.
원 장관은 당시 이한준 사장에 직접 매입임대사업 전반에 관한 감찰을 지시하고 제도개선을 위한 대안을 제시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장은 최근 전세제도 개편 문제를 두고도 원희룡 장관과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 사장은 5월 기자간담회에서 “전세라는 게 한국 주거사다리의 중요한 지름길이었는데 그 자체가 붕괴된다면 소위 말해 내 집 마련하는 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며 “정부가 전세제도를 인위적으로 없애자는 건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 사장의 이 발언은 원 장관이 5월16일 “전세제도가 그동안 해온 역할이 있지만 이제는 수명을 다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힌 뒤 나온 것이다.
원 장관은 그 뒤 정부가 전세제도를 없애자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다만 임대인이 임차인에 보증금이라는 목돈을 받으면서 이를 돌려줄 능력과 의지가 변화할 수 있는 전세제도 불합리성을 언급하며 제도 개편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사장은 2022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윤석열 정부 임명 기관장 가운데 유일하게 후속 인사상 조치에서 ‘경고’를 받았다.
6월 기획재정부가 공개한 2022년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보면 경영실적이 미흡하거나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관 12곳이 기관장 대상 경고를 받았다. 이 가운데 한국토지주택공사를 뺀 나머지 11곳 기관장은 모두 문재인 정부 때 취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사장이 사실상 임기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경고조치가 규정상 내려진 것이고 실질적 경고로 보기 어려워 크게 의미를 둘 수 없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이 사장은 2022년 11월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에 취임했다.
토지주택공사는 2022년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한 8개 기관 가운데 하나였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공개된 한국토지주택공사 안전경영책임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한국토지주택공사 건설발주 현장 등에서 일어난 산업재해 관련 사망사고는 모두 3건이었다. 이 가운데 2건은 2022년에 발생했고 1건은 2020년 발생사고로 산재승인이 지난해 이뤄진 건이다.
이 사장은 1951년생으로 한양고, 한양대 공대 도시공학과를 졸업했다. 그 뒤 한양대 대학원에서 교통계획학 석사, 홍익대 대학원 도시계획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 사장은 국토개발연구원, 한국과학기술원 부설 시스템공학연구소 연구원, 교통개발연구원 연구원, 교통개발연구원 도로교통연구실장, 기획조정실장, 부원장 등을 지냈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경기도시공사 사장을 맡았고 그 뒤 아주대 교수로 재직했다.
2019년부터 한반도선진화재단 국토교통연구회 회장을 역임하고 2022년 11월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에 임명됐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