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주 대우건설 회장 취임, 글로벌 건설 명가 대우건설 재건 힘 싣는다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가운데)이 2022년 12월5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국가주석과 만나 향후 현지 투자 계획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대우건설>

[비즈니스포스트] “대우건설을 살리고자 인수를 결심했고 세계적 건설기업으로 키울 생각이다.”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은 지난 2021년 7월 대우건설 인수전에 참여하며 대우건설을 세계적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내놨다.

중흥건설이 대우건설을 가족으로 품은 지 1년6개월 만에 정창선 회장의 장남 정원주 중흥그룹 부회장이 대우건설 회장을 맡아 세계적 건설기업으로의 도약이라는 과제를 이끈다.
 
정원주 부회장은 1일 대우건설 회장으로 정식 취임했다. 별다른 취임식은 열리지 않았다.

대우건설은 3월28일 제23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회장 선임 정관요건을 변경해 회장을 이사회 안에서 선임하도록 한 규정을 없앴다. 정원주 회장은 중흥그룹 부회장을 유지하면서 대우건설 회장을 겸직할 수 있게 됐다.

정원주 회장은 현장을 강조하는 부친 정창선 회장의 뜻에 따라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부터 중흥주택 건설현장을 누볐다. 2020년 초 중흥그룹 부회장에 올랐고 그룹의 기부행사나 환경 캠페인 등 대외 활동에도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2022년 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중흥그룹의 대우건설 인수를 승인한 후 정원주 회장의 역할은 커졌다. 정 회장은 인수 후속절차를 진행하며 화학적 통합에 나섰다.

정 회장은 중흥그룹이 대우건설 인수과정에서 약속했던 독립경영, 임직원 고용승계 보장, 부채비율 개선, 임직원 처우개선, 해외사업 확대, 노동조합과 성실한 협의 등에 힘쓰고 있다.

대우건설의 해외사업 지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지난해 미국, 베트남, 필리핀, 나이지리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수많은 해외 정상급 관계자들을 만났고 올해도 오만을 방문해 수주전략을 검토했다. 

정 회장은 지난 5월 투르크메니스탄을 방문해 세르다르 베르디하메도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비료플랜트 업무협약을 구체화했다. 투르크메니스탄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아르카닥 신도시 2단계 사업에 대한 참여의사도 전달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투르크멘화학공사와 발칸 요소-암모니아 비료플랜트(연산 115만 톤 요소비료와 연산 66만 톤 합성 암모니아 생산설비)와 투르크메나밧 인산비료플랜트(연산 30만 톤 인산비료 생산 설비 및 부대시설) 관련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르면 올해 말 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기대돼 대우건설의 해외 플랜트 목표(1조8천억 원) 초과 달성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 회장은 그동안 대우건설에 적을 두지 않았으나 회장에 오른 만큼 더욱 적극적으로 활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정 회장은 ‘대우’라는 브랜드 파워를 등에 업고 해외사업 확장에 더욱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동유럽,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에서는 여전히 대우 브랜드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우그룹은 김우중 회장이 1967년 자본금 500만 원으로 설립한 대우실업으로 설립됐다. 이후 김 회장은 세계경영을 내세워 1969년 한국기업 최초로 호주에 국외지사를 세우기도 했다. 대우그룹은 1998년 한국 수출금액(1323억 달러)의 14%(186억 달러)를 담당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후 외환위기가 찾아오면서 워크아웃에 들어가게 됐지만 ‘대우’ 브랜드 파워는 남은 것이다. 김방신 타타대우 사장은 2020년 2월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트럭 차주들은 우리 제품을 ‘대우트럭’이라 부른다”며 “당분간 사명에서 대우를 뺄 생각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 취임, 글로벌 건설 명가 대우건설 재건 힘 싣는다

▲ 대우건설이 시공한 나이지리아 액화천연가스(LNG) 트레인7. 연 780만 톤의 액화천연가스 생산 플랜트로 대우건설이 일부 글로벌 건설사들이 독식해온 LNG액화플랜트 건설EPC시장에서 국내 건설사 가운데 처음으로 원청 지위를 확보한 것이다. <대우건설>  

대우건설 역시 과거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떨쳤다. 1976년 해외건설업 면허를 취득한 뒤 국내 건설사 최초로 에콰도르, 아프리카, 리비아, 알제리, 미국 등에 진출하는 기록을 세웠다.

세계 최장 단일공사 고속도로인 파키스탄 모터웨이 고속도로, 말레이시아 최초의 민영화 프로젝트 비전시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기 발판이 된 맨해튼 트럼프월드타워, LNG플랜트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인 나이지리아 LNG플랜트 등 세계 곳곳에 큰 족적을 남겼다.

대우건설은 1984년에는 해외건설 40억불탑을 수상하며 미국 건설·엔지니어링 전문지 ENR(Engineering News Record) 선정 세계 건설업체 순위 15위에 오르기도 했다.

다만 대우건설은 2022년 기준으로 ENR 세계 건설업체 순위가 57위까지 밀려나 있다. 현대건설·삼성물산은 물론 삼성엔지니어링·현대엔지니어링·SK에코플랜트·GS건설 등에도 뒤진다.

대우건설의 해외수주잔고는 2023년 1분기 7조9523억 원으로 전체(45조9283억 원) 대비 17.3% 수준에 그친다. 지난해 해외 매출(연결조정 제거 전)도 27조7792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26%가량을 차지하며 다른 대형건설사와 비교해 높지 않은 수준이었다.

정원주 회장이 대우건설 해외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대목이다.

대우건설은 리비아 재건시장을 비롯해 베트남, 나이지리아 등 거점시장 위주로 사업성이 양호한 수주를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워뒀다. 정 회장 취임을 계기로 대우건설 해외사업 전략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흥그룹 관계자는 “정원주 회장이 공식적으로 대우건설 직함을 가지고 활동을 본격화 한다”며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이 공언했던 세계적 대우건설을 만들기 위한 일환으로 해외사업 행보를 넓혀 수주에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힘을 쏟을 것이다”고 말했다. 

다만 정 회장이 대우건설 회장에 오르면서 독립경영을 향한 의구심이 여전히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전결권 없는 회장으로 명함에도 프레지던트(President)가 아닌 체어맨(ChairMan)으로 표기되지만 경영 전반에 관여할 것이란 말이 나오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독립경영에 대한 약속을 지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최근 언론과 인터뷰에서 “(대우건설) 현재 시스템 그대로 갈 것이고 백정완 대표이사 사장을 최고경영자로 그대로 맡길 생각이다”며 현 경영진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