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3-02-02 11:4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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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진양곤 HLB(에이치엘비) 대표이사 회장이 개인 기업을 앞세워 HLB그룹의 인수합병을 간접적으로 지원한다.
인수합병 전문가로서 그룹 의사결정을 진두지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수 기업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도 힘을 보태는 모습이다.
▲ 진양곤 HLB 대표이사 회장이 보유한 기업이 HLB그룹 인수합병에 간접적으로 참여해 인수 기업에 대한 지배력 강화를 돕는다.
2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LB그룹이 반도체 부품기업 피에스엠씨를 인수하는 과정에 진양곤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기업 '에포케'도 관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HLB그룹은 HLB, HLB생명과학, HLB제약, HLB테라퓨틱스, HLB인베스트먼트, 노터스 등 주요 계열사가 포함된 컨소시엄을 꾸려 피에스엠씨를 인수한다고 이날 밝혔다. 신약개발에 힘쓰는 가운데 건전한 재무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경쟁력 있는 기업을 계열사로 포함시킨다는 구상이다.
컨소시엄은 약 300억 원 규모 자금을 모아 피에스엠씨 지분 28.25%를 사들임으로써 최대주주에 오를 것으로 예정됐다.
이와 별개로 에포케는 투자조합인 노마드제3호조합을 꾸려 250억 원 규모의 피에스엠씨 전환사채를 인수하기로 했다. 이는 향후 보통주로 전환될 경우 피에스엠씨 지분 37%가량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에포케는 노마드제3호조합의 출자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어 전환사채 인수금액 250억 원 가운데 125억 원이 에포케에서 나온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결국 진양곤 회장이 개인 자금으로 피에스엠씨에 대한 그룹 지배력 확보를 돕는 셈이다.
에포케는 2016년 3월 설립된 경영컨설팅기업으로 HLB그룹 내부에서 신사업 발굴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시장에 상장되지 않아 외부로 알려진 부분은 적지만 이따금 인수합병 과정에 모습을 드러낸다.
대표적으로 앞서 HLB그룹이 HLB테라퓨틱스(옛 지트리비앤티)와 노터스를 인수할 당시 HLB그룹 계열사 중심으로 구성된 노마드제1호조합과 노마드제2호조합의 대표로 참여한 일을 들 수 있다.
다만 당시에는 두 조합에서의 에포케 출자 비율이 '0'으로 나타나 재무적으로 기여한 부분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노마드제3호조합 참여가 외부 기업 인수합병에 관한 첫 번째 대규모 투자라고 볼 수 있다.
에포케는 직접 HLB그룹 주식 일부를 들고 있기도 하다. 현재 HLB테라퓨틱스 지분 1.57%, HLB제약 지분 1.60%, HLB네트웍스 지분 75.19%를 보유하고 있다. 또 HLB글로벌 지분 2.18% 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에 대한 매수선택권(콜옵션)도 갖고 있다.
진양곤 회장은 HLB그룹 설립 이후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사업영역을 넓혀 왔다. 그룹의 제약바이오사업이 활발해지는 만큼 앞으로도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인수합병이 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포케를 통한 진 회장의 물밑 지원도 계속될 공산이 크다.
HLB 관계자는 "에포케는 초기기업이나 성장성 높은 기업에 대한 투자를 주업으로 하는 그룹 내 투자사로 기업 인수나 신규 투자 니즈가 있을 시 직접 또는 조합을 구성해 투자하고 있다"며 "현재는 추가 투자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HLB그룹이 이번에 인수하는 피에스엠씨는 반도체 부품인 리드프레임을 주로 생산해 회계연도 2021년(2021년 4월1일~2022년3월31일) 기준 매출 507억 원, 영업이익 8억 원을 거뒀다. 리드프레임은 반도체 칩과 외부 회로를 연결하는 전선과 반도체 패키지를 기판에 고정시키는 버팀대 역할을 한다.
피에스엠씨는 기존 가전제품 및 메모리반도체용 리드프레임 공급에 더해 최근에는 급성장하는 전기차 등 자동차 전자장치(전장)용 반도체 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하는 중이다.
HLB그룹은 피에스엠씨를 인수해 기존 사업 확대를 지원하는 한편 세포치료제를 비롯한 신약개발에 드는 자금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HLB 관계자는 "다양한 신약개발 자금을 HLB가 계속 부담하는 것에 대해 주주들이 여러 차례 난색을 보인 바 있고 이러한 의견에 합당한 부분이 있다고 봤다"며 "결국 HLB의 지원을 최소화하면서 가치 상승을 주도하는 방편으로써 개별 후보물질을 책임 있게 개발할 기업을 인수하는 형태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HLB그룹은 제약바이오사업 이외에도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며 신약개발을 뒷받침하고 있다. 선박 제조(HLB), 모터·펌프 제조(HLB테라퓨틱스), 에너지사업(HLB생명과학), 골재 채취 및 화장품·음료수 브랜드 운영(HLB글로벌) 등 사업영역이 넓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