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겸 대표이사 부회장이 인수합병(M&A) 성사를 예고하면서 대상 후보군을 향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기업 NXP, 반도체 패키징 업체인 앰코테크놀로지 등이 거론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경영환경이 어려워지면서 현금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과거보다 커졌지만 미래 성장동력 확보가 더 시급한 상황에서 오랫동안 멈췄던 인수합병 시계가 다시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오늘Who] 한종희 삼성전자 인수합병 성사 자신, 어떤 기업 사들일까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겸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이 인수합병(M&A)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차량용 반도체기업 NXP, 반도체 패키징 업체인 앰코테크놀로지 등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힌다.


9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한종희 부회장은 6일(현지시각) CES2023에서 기자간담회에서 대형 인수합병과 관련한 질문에 "구체적 사항은 말씀드릴 수 없지만 잘 진행되고 있다"며 “코로나19가 풀려가고 일상회복 노력이 보이는 걸로 봐서는 (인수합병에서) 좋은 소식을 기대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부회장은 지난해 1월 CES2022에서 인수합병과 관련해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으나 1년 동안 성사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같은 행사에서 거듭 인수합병 발언을 내놓으며 성사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6년 전장기업 하만을 인수한 뒤 6년 넘게 대형 인수합병(M&A)에서 손을 놓고 있었다. 120조 원이 넘는 현금성자산을 두고도 이를 활용하지 않고 있던 것이다.

경기침체가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와 같은 삼성전자의 막대한 현금성자산은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반도체 불황기가 장기화되더라도 삼성전자가 경쟁사들보다 훨씬 오랫동안 버틸 수 있는 요인으로 현금성자산이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 내부적으로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분야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분석된다.

한 부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항상 ‘과감한 투자와 기술 혁신을 하라. 위축되지 말라’고 한다”며 “삼성전자가 사업 발전을 위해 M&A(인수합병)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아달라”며 최근 경영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인수합병 추진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삼성전자의 인수합병 대상으로는 반도체기업이 첫손에 꼽힌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에서 시스템반도체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는데 단숨에 경쟁력을 끌어올릴 위한 방법으로 인수합병만한 수단이 없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에만 200조 원이 넘는 투자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동안 전자업계에서는 반도체 설계기업 ARM을 삼성전자가 인수할 가능성이 가장 많이 언급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에서도 1등에 오르겠다고 선언했는데 ARM은 이를 달성하기 위한 마지막 퍼즐로 여겨지기도 했다.

ARM은 기본 설계기반을 제공하고 로열티로 대부분의 수익을 거두는 기업으로 ARM이 없으면 사실상 반도체 설계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ARM을 인수한다 하더라도 독점 문제로 각국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만큼 손을 뗀 것으로 파악된다.

반도체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차량용 반도체업체인 1~3위 기업인 NXP, 독일 인피니온,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나 미국 자동차 반도체 전문기업 온세미컨덕터 가운데 하나를 인수할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삼성전자가 이 가운데 하나를 인수한다면 차량용 반도체시장에서 단숨에 선두주자로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전장기업 하만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NXP 등 차량용 반도체기업과 시너지도 기대해볼 수 있다.

이재용 회장도 전장을 반도체, 바이오와 함께 삼성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은 2022년 12월 올리버 집세 BMW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전기차 분야에서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그룹 내 싱크탱크에도 전장 관련 팀을 신설하는 등 전장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 2위 패키징(후공정) 업체인 앰코테크놀로지가 삼성전자 인수합병 후보 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공정 미세화를 통한 반도체 성능 향상이 거의 한계 수준에 다다르면서 패키징의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 고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반도체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데 이에 대응하려면 패키징 기술의 고도화가 필수적이다.

삼성전자도 2022년 말 내부에 ‘첨단 패키지팀’을 신설하며 패키징 기술 개발에 힘을 주기 시작했지만 대만기업 등과 비교하면 아직 기술력이나 생산규모 측면에서 부족한 수준이다. 대만은 세계 최대 패키징 기업인 ASE를 중심으로 후공정 생태계가 가장 잘 갖춰진 국가로 평가된다.

앰코테크놀로지는 시가총액 약 7조 원으로 현재 나스닥에 상장된 미국기업이지만 전신은 1968년에 설립된 아남반도체다. 본사는 미국 오스틴에 있지만 한국에도 인천과 광주, 송도 등에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두고 있으며 삼성전자를 주요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다만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삼성뿐만 아니라 어떠한 업체와도 인수 관련한 검토가 진행된 바가 없고 삼성으로부터 인수 제의를 받은 사실도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가 아닌 로봇 등에서도 기술력이 뛰어난 인수합병 매물을 찾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3년 첫 투자로 협동로봇과 의료용 로봇 등을 만드는 레인보우로보틱스를 낙점해 590억 원을 투자해 지분 10.3%를 확보하기도 했다. 

한종희 부회장은 “삼성전자 신성장동력으로 로봇이나 메타버스 등 이런 부분을 많이 보고 있다”며 “올해 안에는 EX1이라는 버전으로 로봇이 출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