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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프리즘] 오프라인 리테일의 위기와 '아마존 고'의 역설

이태희 newsarmy@gmail.com 2022-12-05 11: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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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프리즘] 오프라인 리테일의 위기와 '아마존 고'의 역설
▲ 아마존의 무인결제 유통매장 '아마존 고'는 소비자가 물건을 들고 나가면 자동으로 결제가 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아마존>
2018년 10월 한때 ‘세계 최대 규모 소매기업’으로 불리던 126년 전통의 미국의 시어스(SEARS) 백화점이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하자 세상은 ‘리테일 비즈니스’의 위기를 실감했다. 2011년부터 7년 연속 적자로 누적 적자 110억 달러(약 12조5천억 원)를 기록하자 백기를 든 것이다.

그로부터 3년 후 시어스는 일리노이주의 마지막 매장을 폐쇄하며 역사속으로 퇴장했다. 시어스뿐만 아니라, 중저가 백화점 ‘JC페니’, 200년 전통의 ‘로드앤드테일러’ 등이 줄줄이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미국의 언론은 이를 ‘아마존 쇼크’라고 부르며 대형 온라인 시장의 급성장으로 경쟁력이 떨어진 전통 오프라인 소매업체들의 쇠퇴를 안타까워했다. 나아가 사람들은 “혁신하지 못하면 몰락할 뿐”이라며 ‘오프라인 리테일의 ‘위기’를 넘어 ‘종말’을 거론했다 

그런데 이 위기를 맞은 오프라인 리테일 시장에 구세주가 등장했다.

소위 리테일에 테크놀로지를 결합시킨 ‘리테일테크’가 등장하며 소매유통 시장에 혁신의 바람을 몰고 온 것이다. 리테일테크란 리테일의 수익창출과 비용창출을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테크를 리테일에 활용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선봉장은 소매시장을 위기로 몰아넣은 아마존이었다.

2016년 12월 아마존에서 리테일쇼크’로 무장한 세계최초의 무인매장 ‘아마존 고(Amazon Go)’를 선보였을 때 사람들은 환호했다. 고객이 물건을 골라 담고 정문을 나서면 자기가 산 모든 물건 가격이 자동으로 계산되면서 5초후에 신용카드로 결제되는 시스템이다.

고객은 매장에 들어가기 전에 QR코드를 출입문에 대면 입장이 가능하고 계산대에서 줄을 설 필요가 없다. 매장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와 센서들을 통해 데이터를 모으고, 머신러닝과 컴퓨터 비전(컴퓨터가 사람의 눈처럼 이미지를 인식하는 기술), 무게센서 등 첨단의 IT기술이 동원됐다.

아마존은 2014년 고객의 동선을 따라 RGB 카메라가 이동하며 딥러닝과 센서기술을 바탕으로 실시간 쇼핑지원을 할 수 있는 ‘저스트 워크 아웃’(Just Walk Out)기술을 특허 등록한지 2년 만에 시범매장을 연 것이다. 물론 당시 매장들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시범운영 매장이었고, 일반 고객들에게는 2018년 1월 개방되었다. 

시간적으로 엄밀히 따지자면 시어스 등 대형 리테일매장의 쇠퇴는 아마존이 선보인 리테일테크 조차 적응하지 못한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이후 세계 각국에서는 ‘아마존 따라하기’ 열풍이 불었고, 한국에서도 이마트24가 2019년 김포와 서울 삼성동에 스마트무인매장을 열었다.

신세계아이앤씨가 자체개발한 ‘셀프서비스 스토어’ 기술을 적용해 아마존 고와 같이 고객이 상품을 들고 매장을 나가면 자동 결제되는 ‘한국형 아마존 고’ 무인매장이었다.

매장에도 아마존 고와 유사한 ‘Just Pick & Go’ 슬로건이 걸렸다. 세븐일레븐 역시 비슷한 시기에 가산동에 ‘세븐일레븐 시그니처4.0DT랩점’을 오픈했고, GS24도 지난 6월 서울 역삼동에 무인편의점 DX랩점을 선보였다. 

아마존 고가 등장한지 6년 가까이 지났다. 오프라인 리테일의 세상은 많이 달라졌을까?

나의 대답은 “글쎄?”이다. 

아마존은 2016년 처음 시범 운영 매장을 선보이면서 ‘2020년까지 2천여 매장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아마존 고를 홈페이지에서 확인해 보니 현재 미국 전역에 28개 매장에 머무르고 있다. 세계로 확대하면 40여 개에 이른다고 하지만 기대보다는 더딘 속도이다. 

한국의 무인편의점은 약 3천 개에 이르지만 대부분 낮에는 직원들이 근무하는 하이브리드 매장이 대부분이고, 아직은 ‘DX랩’이라는 이름들이 붙은 것처럼 아직은 미래형 편의점으로 가기 위한 시범운영단계이다.

출입부터 구매, 결제에 이르는 과정을 리테일테크로 구현하고 소비자의 반응을 살피는 단계라는 것이다. 
 
[비즈 프리즘] 오프라인 리테일의 위기와 '아마존 고'의 역설
▲ 한국에서 운영되는 이마트24 무인편의점.
스마트 리테일이 생각보다 완만한 속도로 시장에 보급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아가 리테일테크가 위기에 빠진 오프라인 리테일시장의 진정한 구세주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흔히들 전통 소매매장에서 리테일테크를 도입하는 것을 오프라인 비즈니스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라고 부른다. 디지털전환은 단순히 아날로그 방식의 비즈니스를 디지털 방식으로 바꾸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여기서 한발 더나아가 디지털이라는 변화의 DNA를 적용해 리테일비즈니스의 DNA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을 말한다.

인공지능과 빅테이터를 도입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기업의 조직, 프로세스, 운영관리, 기업문화, 기업 내부의 일하는 방식도 디지털에 대응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비즈니스의 DNA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오프라인 비즈니스(전통소매업)가 온라인 비즈니스(이커머스)와 확연히 차이가 나는 지점은 고객에 대한 정보이다. 온라인에서 고객들의 소비는 흔적을 남기고, 이러한 흔적은 실시간으로 기록되고 저장되고, 분석되고 다음의 비즈니스를 위해 활용된다.

구글이나 네이버에서 검색이나 구매를 하면 이는 즉시 다시 다양한 알고리즘을 통해 이용자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로 이어지거나 다음의 구매를 위해 최적화된 광고로 소비자들에게 제공된다.

그런데 오프라인에서는 고객들이 어떤 생각이나 행동을 하는지 매장의 점주나 기업이 알수 있는 고객의 데이터는 무엇일까. 아마도, 포스기기에서 수집되는 정보 또는 온라인에서 확보된 회원정보가 고작일 것이다.

고객들이 매장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움직이는지, 어떤 상품에 대해 관심을 갖는지, 어떤 불편함을 느끼는지에 대해 알수 있는 데이터는 거의 없다. 오프라인에서는 매장 직원들이나 영업사원의 ‘감’(感)이 데이터를 대신한다.

필자는 바로 오프라인 소비자에 대한 행동과 관심에 관한 정보 확보가 ‘스마트 리테일’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다행히도 시중에는 이런 스마트 리테일테크를 활용한 솔루션들이 다양하게 출시되어 있다.

고객 개개인의 개인정보가 아닌 그룹화한 메타데이터를 활용해 매장내의 입점고객수와 매장내 고객 동선, 관심구역, 체류시간 분석, 매장간 데이터 비교분석, 입점 고객의 구매전환률, 직원들의 고객 응대시간 분석, 매대 상품의 마케팅 분석, 매장 또는 테이블의 청결상태 확인, 근무자 복장 착용 여부 확인, 도난 및 이상행동 감지 등 다양한 기능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런 관점에서 다시 스마트 리테일의 현재를 되짚어보자.

필자는 리테일테크가 전통소매업의 혁명을 가져올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지만, 현재는 오히려 ‘아마존 고 스타일의 대형 스마트스토어가 만들어내고 있는 착시현상, 일종의 ‘아마존고의 함정’에 빠져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큰 착시현상은 무인매장화가 곧 스마트리테일로 인식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무인매장 인프라를 구현하는 것이 스마트 리테일이 목표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무인매장은 ‘고객편의’보다는 ‘인력감축’ 또는 ‘비용절감’ 차원서 추진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되돌아볼 대목이다. 일례로 많은 소매점이 키오스크를 도입하면서 종업원을 줄이는 것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그러나 리테일 매장 중 무인매장화가 반드시 필요한 업종이나 분야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또한 ‘무인매장’을 도입하면 고객들이 매장으로 몰려올 수 있을까? 과연 오프라인 매장의 위기가 종업원이 상주해서 오는 것일까? 무인매장으로 바꾸면 고객에 대한 데이터가 더 많이 확보될 수 있을까?’하는 의문들이 뒤따른다.

무인매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고객의 관심과 행동에 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지속적이고 편리한 ‘경험’을 안겨주고, 데이터가 주는 인사이트를 경영에 활용하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됨은 물론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F&B 중심의 대형 유통 매장을 중심으로 ‘스마트리테일’에 관심이 모아지다보니 의류 가구 병원 등 다른 리테일 분야와 중소매장으로 어떻게 확산시킬 것인지는 그다지 관심이 모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형 유통업체들이 실험하고 있는 스마트 리테일솔루션들은 중소매장을 운영하는 업체나 자영업자들에게는 ‘그림의 떡’ 처럼 보일 수 밖에 없다. 도입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스마트리테일은 초기 단계이고, 시범 사업을 거쳐 시장으로 종적 횡적 확산을 모색하고있는 시기이다.

시중에는 오프라인 고객들의 행동을 데이터화해 경영에 활용할 수 있는 적정한 비용의 다양한 솔루션들이 나와 있는 만큼 중소매장이나 업주들에게 정부가 초기 투자비용을 일부 지원해준다면 오프라인 비즈니스의 디지털 전환 속도와 폭은 훨씬 빨라지고 넓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리테일 비즈니스의 디지털 전환에서 또 하나 풀어야 할 숙제는 인식의 전환이다.

필자가 고객들을 만나면 흔히 듣는 이야기가 “이미 어느 정도는 (감으로) 알고 있는 건데 이런 솔루션까지 도입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특히 이는 영업부서쪽의 반발이 심하다. 전환율과 같은 새로운 평가지표가 생기고 모든 고객들의 행동이 데이터화하니 새로운 감독관이 생긴 셈이리라.

그러나 ‘감에 의한 경영’과 ‘데이터에 기반한 경영’의 차이가 어떨지는 독자들의 판단에 맡기겠다. 기술보다는 오히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마인드셋의 전환이 더 시급한 과제라는 생각도 든다. 

리테일테크는 지금도 로봇이나 라이다 기술 등 새로운 기술들과 결합되어 발전하고 있다. 언제가 읽은 글인데 ‘리테일의 종말’을 말하거나 ‘앞으로의 미래’를 걱정하는 소매업자들에게 사람에게 꼭 들려주고 싶다.

“전통적 방식의 리테일은 종말을 맞고, 테크에 기반한 새로운 리테일이 그 자리를 이어갈 것이다.”  리테일 기업과 소매업주들이여,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 이태희 CUE코리아 대표
대학졸업 후 30년간 언론(한국일보)과 공무원(방송통신위원회), 국제기구(TEIN), 글로벌 기업(마이크로소프트) 등 공공과 민간의 영역을 넘나들며 사회의 ‘새롭고 긍정적인 변화’를 추구해왔다. 2020년부터 글로벌 마케팅·테크놀로지 기업인 CUE Group의 한국 대표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변화의 지향-사상의 자유시장과 인터넷의 미래'(나남, 2010)이 있으며, 몇 권의 공저와 학술논문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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