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차세대 EUV 확보 비상, 인텔 미국 지원 업고 1차 물량 싹쓸이

▲  (왼쪽부터)피터 베닝크 ASML CEO,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마틴 반 덴 브링크 ASML CTO(최고기술책임자)가 2022년 6월14일 네덜란드 ASML 본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비즈니스포스트] 인텔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진출로 삼성전자가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인 ‘하이NA EUV’를 확보하기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게다가 미국 정부가 EUV 등 반도체장비 핵심 수출국인 네덜란드와 반도체 연합체를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향후에도 인텔 등 미국 기업에 우선적으로 EUV 장비가 공급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5일 반도체업계와 로이터 등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인텔이 ASML의 차세대 ‘하이NA EUV’ 1차 물량을 모두 독점으로 공급받게 될 것으로 파악된다.

하이NA EUV는 빛이 나오는 렌즈 구경을 확대해 더 미세한 회로 구현이 가능하다. 2나노 이하 공정에 활용될 수 있는 차세대 반도체 장비다.

네덜란드 반도체장비기업인 ASML이 2024년부터 독점 생산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1년에 생산할 수 있는 기기가 최대 6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인텔이 1차로 공급되는 하이NA EUV를 모두 가져간다면 삼성전자는 빨라도 2025년은 돼야 하이NA EUV를 확보할 수 있다. 파운드리 분야에서 경쟁사보다 장비 확보가 1년 늦는다는 것은 공정 개발이 1년 뒤처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인텔이 현재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기술력이 못 미치지만 2나노에서는 앞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여겨진다.

인텔의 물량을 제외하면 2027년까지 ASML로부터 받을 수 있는 하이NA EUV는 20여 대에 불과한데 이를 두고 삼성전자는 TSMC와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하이NA EUV 확보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 회장은 16일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를 만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자리에서 추가 하이NA EUV 장비 공급 약속을 받아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회장은 올해 6월에도 네덜란드 ASML 본사를 방문해 베닝크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협의를 진행했다.

이날 한국을 방문한 베닝크 최고경영자는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재용 회장과는) 수년 동안 인연을 쌓은 만큼 친밀해져서 개인적인 대화도 나눈다”며 “사업이나 사업환경 등 광범위한 대화를 한다”고 이 회장과 친분을 밝히기도 했다.
 
삼성전자 차세대 EUV 확보 비상, 인텔 미국 지원 업고 1차 물량 싹쓸이

▲ ASML의 EUV(극자외선) 반도체장비.

다만 삼성전자가 인텔과 TSMC 사이에 끼여 장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인텔은 10년 안에 삼성전자를 따라잡고 파운드리 2위에 오르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미국 정부가 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미국 의회는 올해 6월 미국 반도체 산업에 모두 520억 달러(약 68조 원)를 지원하는 내용의 반도체지원법을 통과시켰는데 인텔이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미국 정부는 네덜란드와 일본을 끌어들이는 새 반도체연합체 구축도 검토하고 있다.

반도체장비에 강점을 갖춘 네덜란드, 소재에 강한 일본과 협력해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을 확보하겠다는 것인데 이렇게 된다면 미국 기업인 인텔은 향후에도 삼성전자 등 경쟁사보다 더 안정적으로 EUV 장비를 공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정부는 일본 정부와 손잡고 2025년 2나노 반도체 양산을 위한 연구개발(R&D)을 시작하는데 이 협력의 최대 수혜자도 인텔이 될 공산이 크다.

일본 아시아타임스는 “일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2나노 반도체 양산 프로젝트의 최대 수헤자는 인텔이 될 것”이라며 “일본의 반도체 장비 및 소재업체는 인텔을 가장 크고 중요한 고객 중 하나로 여기며 삼성전자와 TSMC를 따라잡는 데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가 장비 확보 경쟁에서 TSMC보다 우위에 서기도 쉽지 않다.

TSMC는 이미 EUV 장비를 100대 이상 보유하고 있는 ASML의 최대 고객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TSMC보다 훨씬 적은 수십여 대의 EUV 장비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ASML도 시장점유율이 더 높고 더 많은 장비를 주문하는 곳에 장비를 우선공급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TSMC는 올해 6월 ASML로부터 2024년 하이NA EUV를 공급받을 수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와 달리 삼성전자는 아직 하이NA EUV 확보와 관련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도 올해 10월 2025년 2나노, 2027년에는 1.4나노 공정을 도입한다는 계획을 밝힌 만큼 하이NA EUV 장비 공급에 관해 이미 어느 정도 계획을 세운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 시장조사기관 VLSI리서치 연구원은 “앞으로는 ASML의 신형 EUV장비를 확보할 수 있는지 여부가 파운드리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