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프트뱅크가 반도체 설계 자회사 ARM과 삼성전자의 협력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러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일본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마사요시 손(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
[비즈니스포스트] 일본 소프트뱅크가 반도체 설계 자회사 ARM을 두고 삼성전자와 협력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지만 이는 쉽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라는 일본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ARM이 삼성전자와 같은 특정 고객사를 가까이 한다면 다른 고객사를 잃을 수도 있어 중장기적으로 시장 지배력과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닛케이아시아는 23일 “마사요시 손(손정의) 회장이 ARM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어려운 과제를 떠안게 됐다”며 “삼성전자와 잠재적 협력 가능성이 변수”라고 보도했다.
손 회장은 이른 시일에 한국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는 소프트뱅크 자회사인 ARM을 두고 삼성전자와 다양한 협력 가능성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 부회장도 최근 기자들과 만나 손 회장이 어떠한 제안을 내놓을 것 같다고 말하며 ARM 관련한 대화가 오갈 것이라는 점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소프트뱅크가 ARM 매각 또는 상장을 통한 자금 확보를 장기간 추진해 왔던 만큼 삼성전자가 ARM 지분 일부를 인수하는 등 방식으로 협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러나 닛케이아시아는 소프트뱅크와 삼성전자의 협력이 큰 걸림돌을 안고 있다고 보도했다.
ARM이 삼성전자와 같은 특정 고객사와 거리를 가까이 한다면 다른 고객사들이 강력하게 반발해 대응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ARM의 반도체 설계 기반(아키텍쳐)은 애플과 퀄컴, 미디어텍 등 삼성전자의 주요 경쟁사에서 모두 활용되고 있다. 전 세계 스마트폰 프로세서의 약 90%가 ARM 아키텍쳐를 기반으로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닛케이아시아는 ARM이 삼성전자와 어떤 방식으로든 협력하게 된다면 결과적으로 고객사를 놓쳐 시장 점유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주요 반도체기업들이 ARM의 기술을 자유롭게 활용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에 대응해 ARM의 아키텍쳐를 활용하지 않는 반도체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ARM이 결국 삼성전자와 협력 여파로 애플이나 퀄컴 등 대형 고객사와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진다면 실적 및 기업가치에 큰 타격을 받을 잠재력이 있다.
이런 전망이 현실화되면 삼성전자도 ARM 지분 인수에 따른 투자 성과를 거두기 어려워지거나 ARM과 반도체 분야에서 원활한 협력을 추진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ARM 지분을 대규모로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하는 일은 이를 막기 위한 반도체기업들의 적극적 로비와 전 세계 주요 경쟁당국의 반대 가능성을 고려하면 사실상 현실화될 수 없는 선택지로 꼽힌다.
결국 손 회장이 ARM과 삼성전자의 협력을 시도하는 데 고민을 안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은 물론 삼성전자 측에서도 이를 무리하게 추진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닛케이아시아는 SK하이닉스도 공개적으로 ARM 인수 의지를 보여 온 만큼 앞으로 ARM과 삼성전자 사이 협력 논의에 촉각을 기울이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소프트뱅크는 글로벌 증시 약세 장기화로 IT기업 투자 전문펀드 ‘비전펀드’ 손실이 확대되면서 심각한 실적 부진과 재무구조 악화를 겪고 있다.
ARM 상장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려는 계획도 현재 증시 상황을 고려할 때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분석된다.
손 회장이 이런 배경 때문에 다양한 어려움을 떠안고 있는 상태에도 삼성전자에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 ARM 지분 인수 등 제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