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당대표 직무대행을 맡은 지 보름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다.
차기 당권주자를 중심으로 새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현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부딪히며 당 안팎의 의견이 분분하다.
▲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7월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1일 국민의힘 안팎에 따르면 지난 11일 권성동 원내대표의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를 확정한 의원총회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조기 전당대회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차기 당권주자 가운데 한명인 김기현 전 원내대표는 직무대행 체제의 한계를 연일 지적하며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우회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 조기 전당대회의 전제 조건인 이준석 대표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김기현 전 원내대표는 이날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지금 이렇게 비상체제, 비정상적 임시 시스템으로는 역부족"이라며 "책임 있는 분들의 정말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기현 전 원내대표가 조기 전당대회를 주장하는 것은 권 원내대표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권 원내대표가 장제원 의원과 윤핵관 내 주도권 다툼 양상을 보이는 데다 대통령실 '사적채용'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발언으로 비난을 받았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덩달아 저조한 상황에서 권성동 원내대표의 책임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권 원내대표도 악화된 여론을 의식한 듯 2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당과 정부 모두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고 각종 논란을 우려하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다 제 부덕의 소치"라고 자세를 낮췄다.
사적채용 논란과 관련해서도 고개를 숙였다.
권 원내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른바 사적채용 논란에 대해 국민께 제대로 설명해 드리는 것이 우선이었음에도 저의 표현으로 논란이 커진 것은 전적으로 저의 불찰"이라며 "청년 여러분께 상처를 주었다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선출직 공직자 비서실의 별정직 채용은 일반 공무원 채용과는 본질이 완전히 다르다"며 채용 절차에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유지해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받았다.
안철수 의원은 21일 페이스북에 "당대표의 궐위가 아닌 상황에서 조기 전당대회론을 주장하더라도 당장 실현될 수 없으며 혼란만 부추길 뿐"이라며 "현 당대표의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는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로 흔들림 없이 나아가야 한다"고 적었다.
애초 조기 전당대회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진 장 의원도 이날 권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정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에 아주 잘 지적한 좋은 연설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베리 나이스"라고 말했다. 장 의원은 전날에도 "권 대행 체제에 왈가왈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조기 전당대회설에 선을 그었다.
안철수 의원에 이어 장제원 의원까지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에 힘을 실은 것은 대통령과 당 지지율이 동시에 하락하는 위기 상황에서 일단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직무대행 체제에 들어선지 열흘 남짓 지난 상황에서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 자체가 권 원내대표의 직무대행 체제가 불안정하다는 반증이라 보는 시선도 있다.
일각에서 조기 전당대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가장 큰 변수는 이준석 대표의 '성상납 의혹' 관련 수사결과다.
당내 율사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앞으로 한두 달 안에 이 대표의 성상납 의혹과 관련한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그에 따라 조기 전당대회 개최가 현실화할 수도 있다.
수사 결과가 혐의 없음으로 나오게 되면 이준석 대표가 본격적으로 '토사구팽' 당했다는 식으로 여론전을 펼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차기 당 대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이 대표가 조기 전당대회안을 받아들이고 자신도 다시 당대표 출마하겠다고 나설 수도 있다.
수사 결과 혐의가 인정되면 이 대표의 '궐위'가 굳어지면서 곧바로 차기 지도부 구성 논의가 본격적으로 분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