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올해 초부터 시작된 전 세계적인 물가 상승의 영향으로 국내 식품업계의 제품가격 인상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이 이런 흐름을 감안해 9년 만에 오리온의 국내 제품가격 인상 카드를 꺼낼지 관심이 집중된다.
 
오리온 9년째 이어온 '착한 가격' 끝내나, 허인철 인상 카드 '만지작'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


16일 오리온에 따르면 원부자재 가격 상승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수익성 방어를 위해 국내에서 제품가격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오리온은 현재 국내에서 판매하는 주요 제품의 가격을 2013년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9년째 가격 동결 정책을 이어가는 것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오리온은 국내 제품가격의 인상을 고려하지 않았다. 

오리온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2022년 회사소개 자료를 보면 국내법인에서는 제품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점유율을 공격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그러나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생하며 밀, 해바라기씨유 등 국제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데다 국제유가도 급격하게 상승해 부담은 계속 커지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상황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현재 국내법인에서 제품가격 인상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며 “모든 제품의 가격을 일정 비율로 높이지는 않겠지만 원재료 가격 동향과 투입량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상 폭을 결정하게 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허 부회장은 그동안 내부 비용 절감 노력을 통해서 국내 제품가격의 상승 압박을 견뎌왔다. 

오리온은 2014년부터 포장재 줄이기, 부서통합, 원부재료 통합구매, 비핵심사업 정리 등으로 비용을 줄여왔다. 

또 생산·판매계획 수립과 경향분석을 돕는 판매시점정보관리시스템(POS, Point of Sales)을 도입하고 마케팅, 생산, 물류 전략에 반영해 효율성도 끌어올렸다.

이밖에 오리온은 포장재를 줄여 1년에 약 70억 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보는 등 불필요한 포장재와 마케팅을 줄이는 대신 제품 연구개발(R&D) 비용을 더 늘리는 방안을 선택해 제품력을 강화해왔다.

또한 국내 연구소가 중국, 베트남, 러시아 등 해외법인의 연구개발본부 기능을 수행하도록 만들었다.

오리온은 이러한 원가절감 노력에 힘입어 올해 5월 국내법인에서 매출 765억 원, 영업이익 128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5월보다 매출은 19%, 영업이익은 31% 증가했다. 이는 국내에서 제품가격 상승 없이 이뤄낸 결과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하지만 오리온이 9년째 이어온 가격 동결 정책에도 한계가 왔다는 시선이 나온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장기화하며 곡물가가 계속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제 곡물가격은 올해 들어 밀 가격 60%, 옥수수 가격은 30% 가량 올랐다. 

국제 곡물가격 상승은 4~7개월 뒤 국내 물가에 반영돼 올해 하반기에도 상승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업계는 오리온이 가격을 인상하지 않으면 실적이 감소할 것으로 바라본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리온은 올해 1분기 국내법인 영업이익이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3.3% 감소했다”며 “원가 부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법인의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면 올해 영업마진율은 지난해보다 1.2%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