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삼성전자 위기론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런 위기론을 돌파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하루빨리 새로운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는 이야기도 꾸준히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019년 반도체 2030을 제시하며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전체 비전을 보여주기도 했다. 과연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위기론을 돌파하기 위해 어떤 비전을 보여줄 수 있을까? 

백 마디 말보다 훨씬 확실하게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돈’을 쓰는 것이다.  

특히 설비 추가, 공장 건설 등의 투자도 중요하지만 삼성전자가 쌓아놓은 막대한 현금, 약 100조 원에 이른다는 그 현금을 활용해서 인수합병(M&A)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삼성전자의 미래가 어디에 있는지 확실히 보여줄 수 있다.

인수합병은 그 기업의 기술 수준, 인재 수준, 시장 점유율 등을 한 번에 끌어올릴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삼성전자 역시 곧 ‘빅 딜’이 있을 것이라는 신호를 계속해서 보내고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 초 열린 'CES 2022'에서 M&A 추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다”라고 공식적으로 답변했다.

최근 총 450조 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내놓은 이재용 부회장이 6월 들어 유럽 출장을 떠난 것 역시 대규모 M&A 논의와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인수합병과 관련해 가장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 업종은 당연히 반도체다. 

인사는 이 회사가 어떤 방향성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신호다. 삼성전자는 뱅크오브아메리카 출신 반도체 투자 전문가인 마코 치사리를 삼성전자 반도체 혁신센터(SSIC) 센터장에 선임했다. 반도체 관련 인수합병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인사다.

시장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기업은 영국의 반도체 업체 ARM이다. 

ARM은 현재 많은 모바일 AP의 ‘기반’이라고 볼 수 있는 ARM아키텍쳐를 개발한 반도체 기업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에는 그야말로 ‘찰떡궁합’인 기업인 셈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이번 유럽 출장과 관련해서도 영국을 방문해 ARM 인수 의사를 전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ARM을 인수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엔비디아의 ARM 인수가 불발된 이유가 바로 수많은 글로벌 IT기업들과 각 나라들의 반발 때문이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ARM을 인수하려 들 때도 같은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한쪽에서는 차량용 반도체 이야기도 나온다. 가장 대표적으로 오르내리는 기업은 네덜란드의 NXP, 독일의 인피니언 등이다. 

이 두 기업은 자동차에 필요한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나 전력반도체(PMIC) 등을 만드는 곳이다. 반도체 설계부문을 강화한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목적에 꼭 맞는 기업인 셈이다.

하지만 이 두 기업 역시 ARM과 사정은 비슷하다. 세계가 반도체 산업을 지키기 위해 혈안이 돼있는 상황에서 반도체 기업을 다른 나라의 기업이 인수하려고 할 때 가만히 있을 나라는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반도체 이외의 다른 분야에서 인수합병이 나올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가장 유망한 분야로 꼽히는 곳은 바로 로봇 사업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삼성전자의 신성장동력으로 로봇사업과 메타버스 사업을 꼽기도 했다.

각 나라들이 성장 사업을 놓고 인수합병으로 다른 나라 기업이 가져가는 것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로봇 업체 인수와 관련해서는 국내 기업 인수가 유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후보군으로는 휴림로봇, 유진로봇, 로보로보, 유일로보틱스 등 국내 여러 로봇 관련 업체들이 꼽히고 있다. 다만 국내에 기술력을 보유한 강소기업이 많긴 하지만 ‘빅딜’이라고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업이다. 이런 삼성전자에게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기론이 제기되는 것은 단순히 하나의 기업 뿐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 전체를 봐도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과연 삼성전자가 이런 불안한 시선들을 떨쳐내고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서 계속 우뚝 설까?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