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역대 정부보다 이른 시점에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이 떠오른다.

윤 당선인은 후보시절 문재인 정부의 외교정책을 비판했었던 만큼 임기 첫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 강화를 포함해 윤석열 정부의 변화된 외교정책 기조를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한미 한일 정상회담 서둘러, 외교정책 큰 폭 변화 예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전 서초동 자택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정치권 안팎에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는 5월 하순 미국, 일본, 인도, 호주 4개국 협의체인 '쿼드'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일본을 방문할 때 한국도 함께 찾아 한미 정상회담을 진행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은 통상적으로 동아시아 지역에 올 때 한국과 일본 두 나라를 모두 방문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한국에 새 정부가 출범한 만큼 양국 사이의 정책을 조율하고 한미동맹을 다질 필요가 있어 한미 정상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윤 당선인은 미국 측의 요청으로 10일 오전 바이든 대통령과 약 10분가량 전화 통화를 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윤 당선인은 “취임 후 빠른 시일 내에 만나서 한미관계를 더 발전시키는 논의를 하길 기대한다는 취지의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8일 국무회의에서 "외교안보를 당선인과 협력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말한 만큼 차기 정부의 첫 한미정상회담 성사를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예측대로 5월 하순에 조 바이든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만난다면 새 정부 출범 한 달도 되지 않아 첫 한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뒤 한 달 반, 박근혜 정부는 두 달 반이 지나 한미 정상회담이 이뤄진 것과 비교하면 시기가 이른 편이다.

윤석열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을 바이든 행정부와 관계를 밀착하는 기회로 활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당선인은 11일 크리스토퍼 델 코로 주한 미국대사대리를 접견한 자리에서 "한국의 유일한 동맹 국가가 미국"이라며 "서로의 안보를 피로써 지키기로 약조한 국가이기 때문에 거기에 걸맞은 관계가 다시 자리를 잡아야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하며 한미동맹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전부터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토대로 미국과 함께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글로벌 질서에 관한 미래비전을 설계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왔다. 이는 민주주의 국가들을 규합해 중국·러시아로 대표되는 권위주의 국가에 맞서겠다는 바이든 정부의 철학과 맞닿는 부분이다.

윤 당선인은 한미 동맹 강화 방안으로 △포괄적 전략동맹 △쿼드(Quad)참여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추가 배치 △한미연합훈련 정상화 등을 제시했다. 임기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는 의제들이다.

윤 당선인은 한미 동맹 강화의 첫 단계로 쿼드 산하 백신·기후변화·신기술 워킹그룹에 참여하고 향후 정식 가입하는 방안도 모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사안별로 쿼드와 협력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방침과 차별화된다.

사드 추가배치에도 긍정적이다. 윤 당선인은 “북한에서 수도권을 겨냥하면 고각으로 미사일을 발사하는 경우가 많아 당연히 수도권에 사드가 필요하다”며 “안보가 튼튼해야 소위 말하는 ‘국가 리스크’가 줄어든다”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3불(사드 추가배치 없음, 미국 미사일방어망 불참, 한미일 군사동맹 불참)정책’을 계승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윤석열 대선캠프에서 외교안보본부장을 맡은 김성한 전 외교부 2차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3불 정책은 어디까지나 문재인 정부의 입장이며 협정이나 협약이 있는 게 아니다”며 “윤석열 정부에서는 사드 추가 배치는 물론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망 편입, 한미일 군사동맹의 필요성을 분석해서 입장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이 한미일 공조를 강조한 만큼 한일 관계회복을 위해 한일 정상회담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당선인은 대선 TV토론에서 정상회담에 관해 “미국 대통령 다음으로 일본 수상, 그리고 중국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위원장 제가 순서를 정하라면 그렇게 하겠다”고 말할 정도로 한일 정상회담을 향한 의지를 보였다.

당선 직후인 10일 오전 첫 기자회견에서도 윤 당선인은 일본과 관계 개선을 강조했다. 그는 “한일관계는 과거보다는 어떻게 하는 것이 미래에 양국에 이익이 되는지를 우리가 잘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일 청년들과 미래세대가 지향해야 할 점에 중점을 두고 한일관계를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11일 오전 전화 통화에서 만남 의지를 확인했다.

기시다 총리는 윤 당선인과 통화를 마친 후 일본 언론에 "한국과 일본은 서로 중요한 이웃 나라"라며 "당선을 축하하면서 세계 평화, 안전, 번영을 위해 한미일 3국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라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기시다 총리와 통화에서 "한국과 일본 양국은 동북아 안보와 경제번영 등 향후 힘을 모아야 할 미래과제가 많은 만큼 양국 우호협력 증진을 위해 협력해나가자"며 "양국 현안을 합리적으로 상호 공동이익에 부합하도록 해결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윤 당선인과 기시다 총리가 이른 시일 안에 만남이 성사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다만 강제징용,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문제와 최근 일본이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점 등은 정상회담 추진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윤 당선인이 외교적으로 미국과 관계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가운데 중국과 관계를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쿼드참여와 사드 추가배치는 문재인 정부의 미·중 균형외교를 깨고 한국이 미국과 함께 중국을 견제하는 움직임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한미 한일 정상회담 서둘러, 외교정책 큰 폭 변화 예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 마련된 당선인 사무실에서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로부터 시진핑 중국국가주석의 축전을 전달받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은 쿼드를 미국이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안보동맹)와 더불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협력체라고 보고 있다.

또 사드 배치는 박근혜 정부가 2016년 주한미군 사드 도입을 결정하자 중국이 한한령(한류 제한령), 중국인 관광객 제한 등 보복조치를 했을 정도로 민감한 사안이다.

김성한 외교주 전 2차관은 "단순하게 얘기하면 미국은 한국의 동맹국이지만 중국은 협력적 동반자 관계에 있는 나라다"며 "동맹과 동반자가 같을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정책 기조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다만 윤 당선인의 공약집에도 △한중 고위급 전략대화 정례화 △공중보건·기후변화·미세먼지 분야 한중협력 확대 △외교국방 2+2 차관급 전략대화 충실이행 등 ‘존중과 협력에 기초한 대(對) 중국 외교’를 구현하겠다고 돼있어 중국과 관계를 신중하게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11일 윤 당선인에게 주한 중국대사를 보내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며 “올해는 한중 수교 30주년이 되는 해다”라며 “중국은 한국과의 수교 초심을 굳게 지키고 우호협력을 심화해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발전을 촉진할 용의가 있다”고 전했다.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은 아직까지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지도부는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대면 정상회담을 자제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러시아와 외교관계 설정에 변화가 있을지 여부도 주목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리나라는 러시아 경제제재에 참여하고 있고 러시아는 우리나라를 비우호국으로 지정했다.

다만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1일 윤 당선인에게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는 축전을 보내 관계의 끈을 놓지는 않았다.

러시아 타스 보도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축전에서 “국가 정상으로서 윤 당선인의 활동이 양국 국민의 이익과 관계를 증진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한국과 러시아는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한 경험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가 미국·일본·중국·러시아 4국에 특사를 보낼 순서와 인선에도 관심이 쏠린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한반도 주변 4국에 특사를 파견해 각국 정상이나 최고위급 관계자에게 대통령 친서를 전달하고 새 정부 대외정책 방향 및 목표를 설명해왔다.

박근혜 정부는 미국과 일본보다 중국에 먼저 김무성 전 의원을 특사로 파견했으며 문재인 정부에서는 어려운 한중관계의 실마리를 풀고자 이해찬 전 총리를 특사로 파견한 바 있다. 

미국과 관계를 중시하는 만큼 대미 특사가 가장 먼저 파견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여겨진다. 미국 특사에는 박진·조태용 국민의힘 의원 등이 물망에 오른다. 중국대사를 지낸 권영세 의원의 중국 특사 가능성도 거론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