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흥토건이 미래에셋증권, 현대건설과 함께 금호타이어 광주 공장부지를 인수할 수 있을까?

중흥그룹은 대우건설 인수를 추진하며 선진 디벨로퍼시대를 열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는데 중흥토건이 미래에셋증권, 현대건설과 컨소시엄을 이뤄 광주 공장부지 개발에 참여한다면 경험을 쌓을 수 있다.
 
금호타이어 공장터 놓고 중흥과 호반 경쟁, 정창선 김상열 자존심 걸려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


그러나 호반건설도 부국증권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개발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호남에 근거를 둔 건설사의 자존심 싸움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2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는 광주 공장부지 매각을 위해 건설사와 증권사가 팀을 이룬 3곳의 컨소시엄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이 부지가 42만㎡ 규모로 광주지하철 1호선 광주송정역과 가까워 초역세권인 지역에다가 국토교통부의 ‘지역경제 거점형 고속철도(KTX)투자선도지구’ 개발계획과 맞물려 있어 개발 및 시공이익이 클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광주지역의 의견을 수렴해 광주 공장부지 매각에 참여하는 컨소시엄에 광주광역시나 전남에 본사를 둔 지역업체를 한 곳 이상 포함시켜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증권은 현대건설과 중흥토건을, 삼성증권은 DL이앤씨 및 제일건설과 컨소시엄을 이뤘다. 부국증권은 호반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남기반의 건설사 중흥토건, 제일건설, 호반건설이 참여한 것이다. 

증권사와 건설사가 손을 잡으면 건설사로만 구성된 컨소시엄보다 자금확보 측면에서 긍정적 평가를 얻을 수 있다.

중흥그룹은 대우건설 입수를 계기로 삼아 선진 디벨로퍼로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함께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현대건설이 디벨로퍼로서 보폭을 넓히기 위해 서울 가양동 이마트 부지를 사들이고 서울의 호텔들을 인수하며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함께 사업을 추진한다면 정 회장으로서는 실적과 경험을 모두 쌓을 수 있다. 

다만 다른 컨소시엄에 포함된 건설사들도 디벨로퍼사업을 본격화하고 있고 광주 공장부지에 관심이 큰 만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호반건설은 디벨로퍼사업에서 금융권 지원이라는 효과를 노리며 우리금융지주 지분인수까지 참여하고 있다. 그만큼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이 디벨로퍼사업을 향한 의지가 큰 것으로 풀이된다.

제일건설은 광주광역시에 본사를 둔 건설사로 2021년 시공능력평가 24위에 올라 2020년보다 7계단이나 상승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제일건설은 디벨로퍼인 HMG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며 HMG가 시행하는 프로젝트 대부분의 공사를 맡았다. HMG는 2015년 본격적으로 시행사업에 뛰어든 뒤 몇 해 지나지 않아 미래형 디벨로퍼로 가파르게 성장했다.

제일건설과 컨소시엄을 이룬 DL이앤씨도 올해 DL그룹이 지주사체제를 출범하면서 디벨로퍼 전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광주 공장부지의 매각가격을 2조 원 수준으로 원하고 있지만 3개 컨소시엄은 1조 원 수준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 컨소시엄에서는 이 부지의 용도변경이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황인데다 광주시에서 단순히 아파트만 짓는 개발은 안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높은 가격 제시할 유인이 부족하다는 말이 나온다.  

이에 금호타이어가 가격을 다시 제안 받을 것으로 알려져 눈치싸움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금호타이어는 광주 공장부지의 가치를 높여 매각하는 것이 절실하다. 

금호타이어는 광주 공장을 매각하고 전남 함평군 빛그린산업단지로 공장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신공장과 기술개발 투자 등 1조2천억 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세워둔데다 해마다 800억 원 이상의 이자비용을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광주 공장부지 매각에서 상당한 자금을 확보해야만 한다. 
 
금호타이어 공장터 놓고 중흥과 호반 경쟁, 정창선 김상열 자존심 걸려

▲ 광주송정역 KTX지역경제거점형 투자선도지구 조성안. <국토교통부>


다만 광주시로부터 용도변경을 받는 일이 쉽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

지구단위계획 지정대상지역의 조건이 ‘유휴부지 또는 대규모 시설의 이전부지’로 명시돼 있어 용도변경을 위해서는 새 공장으로 이전한 뒤 매각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부지 매각대금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새 공장을 먼저 짓는 것은 금호타이어가 감당하기 어려운 점으로 보이는데 광주시는 관련법에 명시된 규정이 있어 먼저 용도변경을 해주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편의를 봐주며 부지의 용도변경을 규정과 다른 방법으로 해주고 금호타이어가 큰 수익을 얻으면 광주시가 특혜를 줬다는 논란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은 8월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활용방안과 관련해 “아파트 위주의 개발에 반대한다”며 “고속철도 투자선도지구 종합개발사업이과 방향을 같이 해야 광주의 브랜드를 높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