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유럽 가전시장에서 프리미엄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권봉석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프리미엄 가전브랜드 LG시그니처로 디자인 요소를 강조해 유럽 고급 빌트인가전 고객까지 잡을 기회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24일 LG전자에 따르면 이탈리아 가구업체 몰테니앤씨와 협력해 11월부터 밀라노를 시작으로 유럽 주요 지역에서 전시관(쇼룸) ‘LG시그니처 키친 스위트’을 마련하고 LG시그니처 제품군(라인업) 홍보를 강화할 계획을 세웠다.
몰테니앤씨는 1934년 설립된 이탈리아 가구업체다. 세계 소득 상위 2% 고객을 목표로 힐튼, 포시즌 등 세계적 호텔체인이나 고급 크루즈 등에 가구를 제작해 납품하고 있다.
LG전자는 몰테니앤씨와 제품 개발 및 전시 마케팅 등에서 힘을 합치기로 한 뒤 유럽에서 프리미엄 마케팅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 관계자는 “LG시그니처 제품을 개별 판매하는 방식에서 나아가 고급가구와 어울리는 디자인을 강조하기 위해 명품가구업체와 협업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프리미엄 마케팅은 LG시그니처를 최고급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려는
권봉석 사장의 전략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LG시그니처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을 위해 출시된 고급 가전브랜드다. LG시그니처 브랜드 제품 가운데 대표적으로 세계 최초 롤러블TV인 LG시그니처 올레드R이 있다.
올레드R은 디스플레이를 얇게 만드는 박막기술, 디스플레이를 말아 넣을 수 있는 기술, 직물(패브릭) 커버 등이 적용된 제품이다. 올레드R 제품 출하가격은 1억 원대이며 LG전자는 주문제작을 받아 판매하고 있다.
권 사장은 유럽 가전시장에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제작된 제품형태(폼팩터)의 독창성과 기존 명품가구와 조화를 통해 소비자 감성을 자극하는 전략이 수익성 극대화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권 사장은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2019에서 롤러블TV(올레드R)의 높은 가격과 관련한 질문에 "고객이 롤러블TV에 얼마나 지불할 수 있는지가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최근 세계적으로 가전제품을 비롯해 삶의 질과 관련한 시장에서 비싼 제품 구매가 늘어나는 ‘트레이딩 업’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레이딩 업은 소비자가 품질과 ‘감성적 만족’을 얻기 위해 저렴한 제품 대신 비싼 제품으로 소비패턴을 바꾸는 것을 말한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이 2021년 6월에 발표한 럭셔리 글로벌 소비자 인사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미국, 독일, 한국 등 세계 10개 나라 시장의 고급제품 소비자 1만2천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2022년 글로벌 럭셔리시장 규모는 최대 1조200억 달러로 전망됐다.
이는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인 2019년 시장규모였던 9660억 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글로벌 럭셔리시장이 2025년까지 연평균 최대 4%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권 사장은 프리미엄 브랜드 상징성이 높은 유럽에서 LG전자 브랜드 가치를 단단하게 다지고 나아가 유럽을 중심으로 성장하는 빌트인(설치형) 가전시장에서 사업을 확대할 기회를 노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빌트인가전제품은 가구업체와 가전업체가 협업해 디자인 프리미엄이 붙기 때문에 일반가전보다 높은 이익을 낼 수 있으며 주로 기업 사이 거래(B2B)로 이뤄져 안정적 매출을 낸다는 특징이 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유럽 빌트인가전시장은 2019년 기준 약 209억 달러 규모로 글로벌 빌트인가전시장의 38%가량을 차지했다. 시장조사업체 마케워치 조사를 보면 세계 빌트인가전시장 규모는 2027년까지 연평균 6%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가 유럽 빌트인가전시장을 사업을 확대한다면 세계 생활가전시장 1위를 단단히 다지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 분석에 따르면 LG전자는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생활가전에서 매출 약 20조5천억 원을 낸 것으로 추정됐다. 2위 미국 월풀은 매출 18조2천억 원가량을 올리는 데 머물렀다.
월풀이 2분기 일회성이익으로 영업이익에서는 LG전자에 앞섰으나 올해 연간 실적 기준으로는 LG전자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1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시선이 많다. [비즈니스포스트 구광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