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정부를 설득해 3분기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데 실패하면서 올해 한국전력 실적 악화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 사장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오랜 기간 관료로 일하며 쌓은 영향력을 발휘해 전기요금과 한국전력의 실적 등을 놓고 정부와 논의해서 합리적 해법을 도출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오늘Who] 한국전력 전기료 동결로 실적부담 안아, 정승일 해법 주목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


21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생활의 안정을 위해 7월1일부터 적용되는 3분기 전기요금을 2분기에 이어 동결하기로 했다.

정부와 한국전력은 국제연료가격이 상승하고 있어 3분기 전기요금을 조정해야 할 요인이 발생했지만 국민들의 생활안전을 도모할 필요성을 먼저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최근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전기요금을 올린다면 인플레이션 우려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하반기에도 국제연료 가격의 상승흐름이 계속된다면 4분기에는 전기요금을 인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열어 놓았다.

하지만 다음 대통령선거를 남겨 놓은 상황에서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에 나서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물가 상승을 우려하는 국민여론을 살펴 4분기에 이어 내년 3월 대통령선거 직전인 2022년 1분기까지도 전기요금의 동결을 지속할 가능성은 크다.

정 사장은 3분기 전기요금 동결로 당장 올해 한국전력 실적이 적자로 돌아서는 문제를 걱정하게 됐다.

한국전력은 신재생에너지발전 투자 확대, 한국에너지공과대학 설립 지원 등 지출할 일은 많은데 국제연료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으로 현금 창출력에는 한계가 있다.

유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전력은 비용 관점에서 극도로 불리한 영업환경이다"며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이 3분기와 4분기에 연이어 이뤄진다고 해도 올해 실적방향을 되돌리기가 어렵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와 유진투자증권 등 일부 증권사들은 한국전력이 올해 영업손실을 내면서 적자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정 사장이 26년 동안 산업통상자원부 관료로 일하며 쌓은 영향력을 통해 전기요금과 한국전력 실적의 문제를 풀어낼 해법을 찾을 수도 있다.

정 사장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근무할 때 경주 방폐장 건립문제, 밀양 송전탑 건설문제 등을 원만하게 처리하며 문제해결 능력과 소통에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 사장이 지난해까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차관으로 일했던 점은 한국전력 실적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산업통상자원부와 전기요금 문제를 협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종갑 전임 사장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출신으로 한국전력 사장에 취임한 뒤 지속적으로 연료비 연동제 도입을 통한 전기요금 현실화 문제를 이슈화하여 임기를 마치기 전에 전기요금체계 개편을 끌어낸 바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