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황 사업부장은 지난해 12월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2층을 무신사, W컨셉 등 인기 온라인쇼핑몰의 오프라인 매장으로 구성하는 등 패션부문을 강화했다. 올해 5월7일에는 롯데백화점 수원점에 인플루언서들이 운영하는 패션 브랜드를 한 자리에 모으는 등 새로운 시도를 이어갔다.
최근에는 향수 브랜드 유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은 최근 프랑스 니치 향수 브랜드 ‘르쿠방’과 ‘더 디퍼런트 컴퍼니’를 선보였고 롯데백화점 본점과 잠실점에도 추가로 향수 브랜드가 입점한다.
향수는 마진율이 높을 뿐만 아니라 직접 방문해 경험하려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집객효과도 높다.
롯데백화점은 경쟁사보다 훨씬 많은 점포 수를 바탕으로 백화점업계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경쟁력이 약한 중소형점포들이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롯데백화점의 전략은 최근 소비형태의 변화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황 사업부장은 롯데백화점의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트렌드에 맞는 브랜드 유치와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등 기존 전략을 대폭 수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마진 상품군의 중요성도 커졌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트렌드 변화에 맞춰 골프 의류 등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브랜드와 상품군을 적극 들여오고 있다”고 말했다.
황 사업부장은 패션부문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패션과 뷰티를 중심으로 한 롯데백화점의 상품구성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황 사업부장은 2018년 롯데홈쇼핑 사업본부장으로 있을 때 당시 롯데홈쇼핑의 매출 상위 10대 브랜드 명단에 자체 패션브랜드를 7개나 올리는 성과를 냈다. 황 사업부장은 롯데홈쇼핑에서 성과를 인정받아 2019년 12월 당시 롯데백화점 대표이사를 맡던 강희태 롯데쇼핑 부회장의 후임으로 임명됐다.
황 사업부장은 2019년 12월 상무에서 전무로, 2020년 11월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제 롯데백화점의 실적개선까지 이뤄낸다면 그룹 내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롯데백화점 본점.
앞서 롯데쇼핑은 2020년 초 기존 백화점, 마트 등 부문별로 운영되던 각자대표이사체제를 롯데쇼핑 ‘원톱’ 대표이사체제로 재편했다.
지금은 롯데쇼핑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강희태 부회장이 백화점, 마트를 포함해 롯데쇼핑 내 모든 사업부의 투자, 전략, 인사를 지휘하고 있다
이에 따라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하이마트 등을 맡고 있는 사업부장들의 권한은 과거보다 줄었다. 실제로 늘 사장급 인사가 차지하던 롯데백화점 사업부장은 현재 부사장급이, 롯데마트와 롯데하이마트 사업부장은 전무급이 맡고 있다.
하지만 황 사업부장은 2020년 3월 전무 직급임에도 롯데쇼핑 사내이사로 선임되는 등 힘을 받고 있다. 전무가 롯데쇼핑 사내이사로 선임된 것은 약 40년 만이었다.
현재 롯데쇼핑의 사업부장 가운데 사내이사를 맡고 있는 인물은 황 사업부장과 강성현 롯데쇼핑 마트사업부장 2명뿐이다. 백화점과 마트를 올해 1분기 실적으로만 비교하면 코로나19 ‘보복소비’의 수혜를 입은 황 사업부장이 더 좋은 성적을 거뒀다.
다만 일각에서는 올해 하반기부터 백화점 매출이 다시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만큼 황 사업부장의 대응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명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가 완화되는 하반기로 갈수록 해외여행 소비의 내수전환 효과가 약해져 백화점부문의 외형은 하향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