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18일 전남 여수시 여순사건 희생자 위령비를 방문한 자리에서 지지자들로부터 인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호남 지지세 다잡기에 나섰다.
호남은 민주당과 이 위원장의 주요 지지지역인 데다 서울지역 여론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친다.
19일 정치권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서울시장 여론의 흐름이 여권에 불리하게 돌아가면서
이낙연 위원장은 여론흐름을 되돌리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 위혹을 두고 여권 전체가 관련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국갤럽이 이날 내놓은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 여론조사를 보면 서울과 부산·울산·경남 등 주요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지역에서 부정응답이 늘었다.
부정응답 비율이 서울은 65%, 부산·울산·경남은 64% 등으로 직전 조사보다 각각 8%포인트, 9%포인트 상승했다.
전체 부정응답 비율이 55%로 직전 조사보다 1%포인트 밖에 오르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서울과 부산 등 지역의 부정응답 상승폭은 상대적으로 크다.
정부와 여당을 향한 서울과 부산 등 지역의 여론 악화는 ‘재보궐선거 결과 기대’를 묻는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난다. 야당이 다수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이 서울에서는 61%, 부산·울산·경남에서는 59%로 조사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투기 의혹 등 여당을 향한 악재가 연이어 터져 나오면서 서울과 부산 모두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셈이다
특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서울의 인구나 서울시장이라는 자리의 정치적 중요성, 다음 대선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하면 이 위원장은 물론 민주당 차원에서도 무조건 승리를 거머쥐어야 하는 선거다.
이낙연 위원장은 이번 재보궐선거의 승패에 앞으로 대통령선거 행보의 향방이 달려 있다.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는데 먼저 ‘비빌 언덕’인 호남의 지지를 떠올린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은 18일 호남을 방문해 여순사건 희생자 위령비를 참배하고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을 약속하는 등 텃밭 다지기 행보를 보였다.
이 위원장의 호남 방문은 표면적으로 한춘옥 민주당 전남도의원 후보 등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 부산 등 상황이 급함에도 호남을 찾은 것은 결국 서울의 민심을 잡기 위한 포석이라는 말이 당 안팎에서 나온다.
이 위원장은 전남 순천 아랫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서울, 부산의 선거가 매우 중요한데 저희들로서는 아주 마음이 급하게 됐다”며 “순천 시민들께서도 서울, 부산에 연고가 있거나 아는 분 있으면 꼭 전화해 ‘민주당 도와주십사’ 하는 부탁을 해달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을 향한 호남의 지지는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으로 바라본다. 지역의 인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인구가 서울로 이동해 있기 때문이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서 서울 인구의 출신지를 보면 전남 7.6%, 전북 5.8%, 광주 1.4% 등 호남출신 인구의 비율은 14.8%다. 반면 영남출신 인구 비중은 부산 2.6%, 대구 1.7%, 울산 0.5%, 경북 4.8%, 경남 3.1% 등으로 모두 12.7%다.
영남의 인구가 호남의 2배가 넘음에도 서울에서는 호남출신 인구가 더 많은 셈이다. 서울출신 47.9%, 경기도출신 7.9%를 제외하면 서울에서 전남의 인구 비중은 단일지역 가운데 가장 높다.
서울에서 호남 여론의 위력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서울의 25명 구청장 가운데 13명이 호남 출신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해 호남에 공을 들이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서울시 인구 구성비율을 보면 호남지역 사람들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