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정치권 안팍의 말을 종합하면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승리한다는 구상에 윤 전 총장을 상수로 놓으면서 관계설정에 고심하고 있다.
성일종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윤 전 총장을 놓고 ‘사람이 바르고 국가를 경영할만한 소신이 있는 사람’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 위원장도 8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 전 총장을 두고 “별의 순간을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주류가 윤 전 총장의 '정계 입문'을 환영하는 것은 윤 전 총장도 결국 국민의힘이 필요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대선을 위해선 세력이 필요하고 윤 전 총장이 계속 제3지대에 머물 순 없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은 당장 정치권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이기보다 장외에 머물며 지지율을 높이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은 지난 8일 조선일보와 나눈 인터뷰를 통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을 두고 “국토부 자체 조사로 시간을 끌고 증거가 인멸되도록 할 것이 아니라 즉각 대대적 수사를 해야 한다”며 검찰에 전면적 수사를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토지주택공사 직원의 투기 의혹을 공격할 뿐 아니라 검찰의 힘을 빼는 여권 주도 검찰개혁도 함께 비판한 셈이다. 본인의 강점인 '반부패'를 고리로 장외정치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할 것이다.
윤 전 총장은 서둘러 장내정치에 뛰어들 이유가 없기도 하다. 대형 정치 이벤트인 재보선 향배에 따라 정국의 방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처음부터 어느 한쪽으로 운신의 폭을 스스로 제한할 필요가 없다. 검찰총장 사퇴 이후 곧장 정치에 뛰어들면 '정치검사'라는 비판을 불러올 수도 있다.
검찰총장 사퇴와 동시에 대선주자 지지율이 급등했는데 지지율 관리는 장외에서 더 쉬울 수 있다. 모든 정치현안에 대응할 필요 없이 본인의 강점만 강조할 수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이 아닌 제3지대에서 정치를 시작해 국민의힘을 흡수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연대하거나 아예 독자세력을 구축한 뒤 윤 전 총장을 중심으로 야권을 재편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현재 윤 전 총장의 유일한 정치적 자산은 대선주자 지지율이 거의 전부이다. 그를 뒷받침할 정치적 조직이나 자원은 다른 정치인과 비교해 크게 뒤떨어진다. 본격적으로 대선 행보에 나서려면 경제, 외교, 안보, 사회, 문화 등 제반 분야에 관한 정책적 참모진도 꾸려져야 한다. 전국 단위 조직도 필요하다.
대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 스스로 이 모든 것을 갖추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 윤 전 총장도 기존 정당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을 분리 견인하는 것도 쉽지 않다.
과거 탄핵정국 전후로 유승민, 김무성 전 의원을 주축으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을 탈당한 의원들이 ‘새로운 보수’를 기치로 한 제2의 보수정당을 세우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이들은 결국 다시 국민의힘 깃발 아래로 되돌아왔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쉽게 당을 뛰쳐나가긴 어렵다는 말이다.
국민의힘도 윤 전 총장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에 놓여있다. 윤 전 총장과 같이 국민적 지지를 받으며 구심점이 돼 줄 인물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윤 전 총장과 국민의힘이 어떤 방식으로든 손을 잡게 될 것이란 시선이 많은데 특히 김종인 위원장과 윤 전 총장이 만나는 시점에 시선이 몰리고 있다.
김 위원장은 자타가 인정하는 ‘킹메이커’인데 정치경험이 많고 경제정책 콘텐츠도 지니고 있어 윤 전 총장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 줄 적임자로도 꼽힌다. 김 위원장도 윤 전 총장을 앞세워 정치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
장성철 공감과논쟁정책센터 소장은 8일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서 “현재 정치권에서 김 위원장만큼 선거를 많이 치러보고 정치적 판단력이 뛰어난 사람은 없다”며 “그런 인물이 윤 전 총장 옆에 있다면 상당히 안정적으로 정치적 행보를 이어갈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재보선 상황에 따라 김 위원장이 윤 전 총장에게 조기등판을 요청할 수도 있다. 선거가 국민의힘에 불리하게 돌아가면 김 위원장이 윤석열 카드로 반전을 노릴 수 있다는 얘기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