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11일 기자들에게 "(국민의당과의) 정당 통합이라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며 "나는 상상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더이상 거론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당 일각에서 안철수 국민의힘 대표와 후보 단일화를 위해 '당대당 통합'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나오는 상황에서 이를 서둘러 제압하고 나선 것이다.
후보 단일화 논의에 매달리다 자칫 국민의힘 후보를 키워낼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조건부 출마' 의사를 밝힌 오세훈 전 시장도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국민의힘 후보가 아니라 안 대표로 단일화되는 경우 오히려 야당 분열의 형태가 고착화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어떤 형태든 국민의힘에서 시장 후보를 내야한다는 말이다.
이에 보수야권 후보 단일화에 실패할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읽힌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민의힘 후보가 민주당 후보, 안 대표와 '3자 구도'를 형성할 경우에 대해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국민의힘 후보가 누가 될 것인지에 시선이 몰리고 있다.
김종인 위원장은 '신선한 인물'을 강조해 왔지만 결국 오세훈 전 시장과 나경원 전 의원이 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게 당 안팎의 대체적인 예상이다.
보궐선거 속성상 높은 인지도와 화려한 정치경력이 결정적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민의힘은 '여론조사 100%'로 당 후보를 뽑기로 정해놓았다.
먼저 오 전 시장은 중도층 지지를 끌어내는 데 강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서울시장으로 재직한 경험이 있어 '당장 일할 수 있는 시장'이라는 점도 강점이다.
오 전 시장은 지난 8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에서 당선되면 1년 정도 일하게 되는데 나를 제외한 다른 후보들은 업무를 파악하다 시간을 다 소비하게 될 것”이라며 “재선 서울시장 출신으로 준비된 후보”라고 말했다.
다만 오 전 시장이 서울시장 재직 당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문제가 중도 사퇴한 점, '조건부 출마'를 선언하면서 초반 기선 제압에 실패했다는 점 등이 약점으로 꼽힌다.
나 전 의원은 여성이라는 점이 적잖은 강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성가산점이 예비경선과 본경선에서 각각 20%, 10% 반영되는 만큼 실질적으로 유리한 측면이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전임 시장의 성추문에서 비롯돼 치러지는 탓에 여성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될 여지도 있다.
나 전 의원은 최근 들어 ‘따뜻한 어머니’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다. 지난 5일 방영된 TV조선 예능 프로그램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내의 맛’에 출연해 가족들과 일상을 공개하며 엄마이자 아내로서 모습을 대중 앞에 과시하기도 했다.
나 전 의원이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의 황교안 대표체제에서 원내대표로 있으며 대여 강경 투쟁을 이끌었던 강성 이미지와 결별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나 전 의원은 원내대표 당시 노루발못뽑이(이른바 '빠루')를 쥐고 있는 모습으로 대중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다만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유력후보 중심으로 경쟁구도가 굳어지는 상황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인지도 경쟁만으로는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경선무대가 펼쳐지기 어렵고 경선 흥행도 기대하기 힘들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장 선거에 도전장을 낸 김근식 경남대학교 교수는 지난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안 대표의 출마선언 이후 야권 후보선출이 인지도 높은 기성 정치인의 단일화 샅바 싸움으로 변질되고 구태의연한 기성 정치인 경쟁으로 왜곡되고 있다”며 “다크호스가 기성 정치인을 따라잡는 대역전극이 가능해야 본선에서 승리하는 후보를 선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