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호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사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에 따라 본업인 개발사업 확대에 속도를 낼까?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자금이 확보돼 있는 데다 신용등급 안정으로 자금조달도 수월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권 사장이 개발사업 확대에 힘을 쏟기 좋은 여건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16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으로 HDC현대산업개발이 개발사업에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올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비해 용지 투자 등 개발사업에 다소 소극적 태도를 보여왔지만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KTB투자증권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의 올해 전체 투자에서 용지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3%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보다 용지 투자비중이 12.1% 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2016년부터 살펴봐도 용지 투자비중이 가장 낮았던 2018년(22.9%)과 비슷한 수준이다.
용지 구입이나 임대 등을 뜻하는 용지 투자는 개발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가장 기초적으로 이뤄져야 할 부분으로 여겨진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용지 투자비중을 낮췄다는 것은 개발사업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연관된 다른 분야에 올해 투자를 집중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집중했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되면서 권 사장은 후순위로 밀렸던 개발사업 투자를 확대하기 유리한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1조7천억 원가량의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가운데 상환이 이뤄질 수 있는 은행대출을 제외한 유상증자, 회사채, 공사대금 유동화 등으로 확보한 자금만 1조 원이 넘는다.
자금은 이미 마련됐고 이를 묵혀둘 수도 없는 만큼 권 사장이 이를 개발사업 확대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건설업계는 보고 있다.
신용등급 안정으로 추가 자금조달이 수월해질 수 있다는 점도 권 사장이 개발사업을 확대할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는 15일 HDC현대산업개발을 신용등급 하향 검토대상에서 모두 해제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산되면서 재무구조가 악화할 가능성이 줄어들자 이를 신용등급 평가에 반영한 것이다.
권 사장은 올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초점을 맞춘 경영을 해왔지만 앞으로는 전공인 개발사업에서 실력을 보여줄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지난해 11월 기자간담회에서 권 사장을 ‘아시아나항공 거래를 이끈 주역들’로 소개한 적이 있지만 건축학과를 나와 건설회사에서만 일한 권 사장에게 인수합병이나 항공업 관련 일은 전문성을 보여주기 어려운 분야였을 수 있다.
HDC그룹도 올해 초 권 사장이 승진하자 “부동산 개발사업에서 탁월한 경험을 바탕으로 HDC현대산업개발의 종합 금융부동산회사로 전환을 이끌 수 있는 적임자”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과 관련한 이후 투자계획에 말을 아꼈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며 “다만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책임경영은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