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내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를 위해 눈에 차는 후보를 찾을 수 있을까?
4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기존에 서울시장후보로 거명됐던 인물들을 성에 차지 않아 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보수야권의 서울시장후보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홍정욱 올가니카 회장 등 국민의힘 외부 인사들은 물론 당내 중진 정치인 권영세 의원, 나경원 김용태 이혜훈 전 의원 등이 꼽힌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여태 유력하게 거명됐던 인물들을 두고 뜨뜻미지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3일 국회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안철수 대표나 홍정욱 회장 등을 내세울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당 밖의 인물들을 두고 구체적으로 답변할 이유가 없다”는 말을 반복하며 선을 그었다.
당내 중진 정치인들의 서울시장 도전에도 부정적 의견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서울시장으로서 경쟁력이 약하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김 위원장이 기존에 거명된 서울시장후보만으로는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고 새로운 인물을 발굴해 흥행몰이를 하려는 것으로 본다.
시장 재보궐선거에서 부산과 서울은 민주당 지지세가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2011년 이후 보수정당은 서울시장선거에서 매번 패배한 데다가 최근 선거에서 민주당의 우세가 이어지고 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서초구 단 한 곳에서만 구청장을 냈다. 올해 국회의원선거에서는 서울 49개 선거구 가운데 8곳에서만 승리했다.
서울의 역대 판세만 보면 내년 서울시장 재보선 결과를 낙관적으로 보기는 어려운 셈이다.
게다가 김 위원장으로서는 당 소속 서울시장을 만들어 비대위의 성과를 입증할 필요가 있는 만큼 서울시장 재보선에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애초에 김 위원장이 내년 재보선을 준비하는 목적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맡은 터라 재보선의 성과에 따라 정치인으로서
김종인의 앞날이 달려있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은 새로운 얼굴을 앞세워 서울시장 경선과정에서 유권자들에게 신선한 이미지를 주고 경선의 흥행을 도모하는 전략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당 개혁 작업의 연장선상에서 초선 의원을 앞세워 신선한 이미지로 당의 쇄신을 꾀하는 측면이 강하다”며 “결국엔 새로운 인물들과 안철수 대표, 홍정욱 회장 등을 모두 포함한 경쟁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안팎에서 김 위원장이 당내 초선 의원들에게 서울시장 도전을 제안했다는 말도 나온다.
가장 유력하게 떠오르는 초선 의원은 서울 서초구갑 지역구의 윤희숙 의원이다. 1970년생에 경제학자 출신이라 젊은 경제전문가를 찾는 김 위원장의 기준에 부합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윤 의원은 ‘나는 임차인입니다’로 시작하는 국회 본회의 5분 발언으로 국민들의 호응을 얻고 인지도도 많이 높였다.
김 위원장도 다른 서울시장후보군을 박하게 평가했던 것과는 달리 윤 의원의 서울시장후보 가능성을 두고는 긍정적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8월17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윤 의원이 서울시장으로 확실하게 준비를 갖추고 나서면 가능성 있는 후보 가운데 하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기존 후보군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는 것이 후보 선정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과거 김 위원장은 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2016년 20대 국회의원선거 공천 과정에서 전권을 행사하며 선거를 이끌었던 적이 있다.
다만 김 위원장이 전권을 쥐고 선거를 지휘하기에는 김 위원장을 향한 국민의힘 내부의 견제가 만만치 않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3일 페이스북에서 “
김종인 비대위가 새로운 기득권이 돼 텃새를 부려서는 안 된다”며 “김 위원장이 당을 사유화한다는 불길한 조짐이 기우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당내 기반이 없기 때문에 서울시장후보 경선을 독단적으로 주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