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이낙연 김종인 40년 인연이 여야협치 낳을까, 지뢰밭 많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020년 7월15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영자총회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오랜 인연을 바탕으로 과거와 다른 여야 관계를 보여줄까.

이 대표가 김 위원장에게 손을 건네며 임기를 시작했지만 두 사람 앞에 놓인 협치의 시험대는 만만치 않다.

31일 이 대표측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표는 당대표에 당선된 다음 날인 30일에 김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김 위원장이 추진하는 통합당의 쇄신에 동의한다, 도와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잘하자, 이 대표도 잘해달라”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는 9월1일 김 위원장을 만나 정식으로 취임인사를 하기로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의원과 김 위원장이 오랜 기간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두 당의 대표가 가까운 사이인 만큼 두 당 사이 분위기도 한결 긍정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특히 이해찬 민주당 전 대표가 김 위원장과 32년에 걸친 악연이었다는 점에서 이 대표와 김 위원장의 인연은 더욱 부각되는 모양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도 30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이 대표를 향해 “이 대표에게 거는 우리 야당의 기대 역시 작지 않다”며 “(원구성과 관련해) 여당이 이왕 힘으로 깨부순 것, 그대로 방치하것인가? 원상회복할 것인가?”라며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다만 이 대표와 김 위원장의 오랜 관계를 두 당의 우호적 관계로 이어가는 일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2차 긴급재난지원금, 4차 추가경정예산안 문제를 비롯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현안에서 두 당이 의견을 모으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방식과 관련해 모든 국민 지급과 선별 지급을 놓고 의견이 갈리고 있지만 민주당은 당내 의견이 모아지지 않고 있다.

이 대표는 공수처장후보자 추천위원회에 참여할 야당 추천인사를 놓고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는 통합당을 압박해야 할 처지지이지만 통합당은 공수처 관련 논의 자체를 피하고 있다.

2021년 4월에 재보궐선거가 열린다는 점 역시 두 당 사이 협치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재보궐선거는 2022년 대선의 전초전 양상을 띨 것으로 예상돼 두 당이 전력을 다해 경쟁하는 과정에서 두 당의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내게 될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은 이미 한 차례 이 대표를 향해 비판적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이 대표가 김원웅 광복회장의 광복절 연설을 놓고 “광복회장으로서 그 정도 문제의식은 말할 수 있다”고 옹호하자 김 위원장은 이 대표를 향해 “그동안 정상적 사람이라고 봤는데 깜짝 놀랐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와 김 위원장의 인연은 1982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이 대표는 동아일보 기자였고 김 위원장은 민정당 국회의원이었다.

이 대표는 김 위원장에게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전두환 정부가 금융실명제 시행을 연기할 것이라는 특종기사를 냈다.

이 대표가 정치권에 입문한 뒤에도 두 사람의 인연은 이어졌다. 17대 국회에서 이 대표는 민주당 원내총무(지금의 원내대표), 김 위원장은 민주당 부대표로 함께 일했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김 위원장이 통합당으로부터 총괄선거대책위원장 제의를 받자 이 대표는 “이번에 저쪽으로 안 가실 거죠?”라며 통합당 행을 말리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 대표의 질문에 “나한테 그런 거 묻지 마셔”라고 대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