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전기요금 납부유예와 인하대책을 연이어 추진하면서 한국전력공사가 전기요금 인상을 뼈대로 하는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을 쉽게 꺼내놓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여당의 전기요금대책이 일시적이고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한국전력은 전기요금 현실화를 목표로 할인제도를 종합적으로 정비하려고 하는 만큼 개편안을 내놓는 데 신중할 수밖에 없다. 
 
정부여당 여름 전기요금 인하 힘실어, 한국전력 개편안 마련 쉽지 않아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


14일 공기업계에 따르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폭염에 대비해 저소득층의 전기요금 인하대책 마련을 정부에 요구하면서 정부와 여당이 조만간 전기요금 인하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원내대표는 10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폭염에 대비해 저소득층의 전기요금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은 무더위가 본격화되기 전에 정부, 지자체와 함께 직접 현장을 점검해 현실적이고 효과적으로 폭염대책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김 원내대표는 2018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으로 일할 때에도 폭염 대비를 이유로 누진세를 완화해 전기요금을 인하하는 정책을 추진한 적이 있다.

김 원내대표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이미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악화를 이유로 전기요금 감면대책을 내놓았다.

한국전력은 정부와 협의를 통해 4월부터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대구와 경북지역 소상공인의 전기요금을 감면해주고 있다. 6월까지 전국 소상공인과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전기요금 납부유예 신청도 받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전기요금 대책은 한시적이고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을 준비하고 있는 한국전력으로서는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한국전력이 전기요금 현실화를 이유로 전기요금 인상을 고려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김 원내대표의 전기요금 인하 방향과는 대척점에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은 현재 상반기 안에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을 내놓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전력은 특히 저소득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에너지복지정책으로 추진된 ‘필수사용량 보장공제제도’를 폐지하거나 수정하는 방향으로 개편안을 준비하고 있다.

필수사용량 보장공제는 전기 사용량이 월 200kWh 이하인 저소비층에 월 4천 원 한도로 전기요금을 할인해 주는 제도다.

한국전력은 그동안 전기 저소비층이 저소득계층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도 실효성에 문제를 제기해 왔다.

게다가 산업통상자원부에서도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악화를 고려해 한국전력이 추진하고 있는 전기요금체계 개편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주영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상황과 유가 하락 등의 변수가 커서 상반기에 개편안을 발표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한국전력이 전기요금체계를 개편하기 위해서는 산업통상자원부와의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하며 최종적으로 산업통상자원부의 인가도 받아야 한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아직 전기요금 인하와 관련해 아무런 요청을 받지 않은 상태”라며 “산업부와 전기요금체계 개편안에 관한 의견을 계속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