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 만에 새 주인을 맞아 국내 양대 항공사로서 경쟁력과 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정몽규 HDC그룹 회장.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르면 12일 발표되는 아시아나항공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유력하다.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제주항공-스톤브릿지캐피탈 컨소시엄보다 1조 원가량 많은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 주인을 향한 안팎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시장의 예상대로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사실상 어느 정도는 매각에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적어낸 2조5천억 원 가운데 구주 가격은 5천억 원 이하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대로라면 2조 원가량이 아시아나항공 정상화에 투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잃어버린 10년’을 되찾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는 셈이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그동안 아시아나항공이 새 주인을 만나면 지금보다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해왔다.
그는 처음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공식화했을 때 “아시아나항공이 우리나라 2대 항공사로 적자노선을 조정하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을 밟고 있는데 이 부분들이 보완되면 상당한 흑자를 낼 수 있는 매력적 회사”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아시아나항공은 2010년까지만 해도 대한항공보다 규모는 작아도 서비스나 품질 등에서는 뒤지지 않았다.
두 회사의 규모 차이가 2배에 이르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양대 항공사로 이름을 나란히 올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아시아나항공의 서비스와 품질이 큰 역할을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세계 항공사의 서비스 품질을 평가하는 스카이트랙스로부터 최고등급인 ‘5성급’을 받은 국내 유일의 항공사다. 2010년에는 스카이트랙스 선정 ‘2010 올해의 항공사’(1위)를 수상하기도 했다.
올해 순위는 28위에 그쳤다는 점에서 아시아나항공이 겪은 순탄치 못한 세월을 실감할 수 있다.
과거 규모와 비교하면 대한항공보다 오히려 돈도 잘 벌었다. 아시아나항공의 영업이익률은 2010년 12%대에 이르기도 했다.
이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을 밀어붙이고 또 매각 흥행을 자신했던 이유 역시 새 주인을 만나면 오너 리스크 등을 털어버리고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저비용항공사(LCC)들과 비교해 장거리노선을 여럿 보유하고 있다는 강점이 있다. 장거리노선 강화는 대형 항공기 투입과 이에 따른 인력 조정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저비용항공사들이 쉽게 따라잡기 쉽지 않다. 아시아나항공은 세계적 항공사 동맹체인 ‘스타얼라이언스’ 소속이기도 하다.
특히 10년 동안 꾸준히 매출이 늘어났다는 점을 볼 때 노선 정리나 비용 효율화 등을 통해 영업이익을 늘릴 수 있는 여지도 많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9년 동안 대한항공의 매출 증가율은 12%, 아시아나항공의 매출 증가율은 23%다.
같은 기간 항공업황 악화 등으로 대한항공 영업이익이 1조1600억 원에서 6700억 원 수준으로 줄 때 아시아나항공 영업이익은 5700억 원에서 350억 원 적자로 쪼그라들었다.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 등 비용 통제에 실패했다는 의미로 반대로 말하면 비용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영업이익을 늘릴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항공산업 자체의 성장성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외부 변수에 영향을 많이 받고 기복이 있긴 하지만 전체 항공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8년 연간 출국자 수는 10년 전보다 2.4배 늘어났다.
아시아나항공의 대주주가 바뀌면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자금줄’ 역할을 한다는 인식으로 입게 된 유무형의 이미지 하락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아시아나항공은 유달리 안전 문제와 관련한 논란에 자주 휩싸이기도 했다. 크고 작은 항공기 결함이나 회항 등의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아시아나항공이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에 이용되면서 안전과 서비스에 투자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해 벌어진 기대식 대란 역시 근본적 원인으로 박삼구 전 회장의 무리한 그룹 재건이 지목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