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윤석헌 '소통' 한 목소리, 금융위 금감원 관계회복 서로 필요

은성수 금융위원장(왼쪽)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19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개혁 혼연일체(金融改革 渾然一體)’.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2015년 3월18일 금감원을 공식 방문해 진웅섭 전 금융감독원장에게 선물한 액자에 적힌 글귀다.

그 뒤로 금융위원장의 금감원 공식 방문은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019년 9월19일 금감원을 공식 방문하면서 4년 6개월 만에야 다시 성사됐다.

은 위원장이 취임 첫 주부터 금감원에 과감한 소통 행보를 보임으로써 앞으로 금융현안 해결을 위해 함께 움직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금융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은 위원장의 금감원 공식 방문으로 두 기관 사이 관계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은 위원장과 윤 원장의 첫 만남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윤 원장은 은 위원장이 도착하기 전부터 금감원 입구로 마중을 나가 기다렸다. 두 사람이 이미 비공식적으로 세 차례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음에도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두 사람의 면담은 예정시간을 두 배 이상 넘겨 30분 동안 진행됐다.

은 위원장은 “현장을 다니다 보니 기업은 금융사, 금융사는 금감원, 금감원은 금융위를 만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며 “소통이 안 돼서 그런 것으로 금융위와 금감원도 터놓고 이야기 해 오해가 없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은 위원장님의 금감원 방문을 계기로 금융권과 금융위, 금감원의 문턱이 닳아 없어져서 소통이 잘 되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이 달마다 만나는 2인 회의를 부활하고 부기관장회의를 내실화하는 등 실질적으로 소통을 강화하는 조치도 내놓았다.

은 위원장이 금감원을 향해 관계 개선을 시도하는 것은 은 위원장의 성격이 원만하다는 점도 작용했겠지만 현재 금융권에 금감원과 함께 해결해야 할 현안이 많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은 위원장은 금융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될 때부터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일본의 수출규제 등 불확실성 높아진 대외적 경제환경에 금융부문의 최고책임자로서 대응하는 역할을 요구받았다.

금융위원장 후보자였던 8월에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의 투자자 대규모 손실 문제가 불거졌다.

정치권에서는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임명을 놓고 조 장관 가족의 사모펀드가 문제되면서 은 위원장을 향해 국회의원들의 사모펀드 규제와 관련된 제도 개선 요구가 빗발쳤다.

10월부터는 제3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절차가 시작되기도 한다.

은 위원장으로서는 취임사에서 제시한 금융사 직원 면책제도를 비롯해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피해기업 지원, 파생결합상품에 따른 소비자 피해 구제, 사모펀드 규제, 인터넷전문은행 심사 등 취임하자마자 맞닥뜨린 주요 현안 대부분에서 금감원과 호흡을 맞춰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윤 원장에게도 금융위와 소통을 통한 협력은 절실하다.

윤 원장은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과 갈등을 겪으면서 종합검사, 특별사법경찰 등 소신을 품고 추진했던 제도들을 도입하는 데 험난한 과정을 거쳤다.

그나마 도입된 제도들도 금융위로부터 크게 손질을 당했다.

게다가 금융위가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회피를 명분으로 금감원의 2019년 예산을 빠듯하게 결정하면서 올해 내내 기관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윤 원장도 금융위와 갈등을 겪으며 소신을 펼칠 기회를 상당 부분 잃은 셈이다.

윤 원장은 은 위원장과 회동을 마친 뒤 “은 위원장이 새로 와 금융산업을 이끌어 가시는 상황”이라며 “금감원이 잘 보필해 금융산업이 발전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