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나주의 한국전력공사 본사 임직원들은 김종갑 사장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김 사장이 외부활동에 주력하면서 서울에 머무르는 날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전력은 대규모 적자로 소액주주까지 집단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임직원들은 김 사장이 과연 한국전력의 '비상경영상황'에 대처할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전력 나주본사는 '비상경영', 그러나 김종갑은 늘 서울출장 중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


22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김종갑 사장은 회사가 비상경영상황에 처해 있는데도 서울에서 열리는 사소한 행사까지 참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전력 임직원들 사이에서는 "나주 본사가 이따금씩 출장오는 곳이 됐다"는 볼멘소리가 오가고 있다.

5월 들어 16일부터 22일까지 김 사장의 공식일정을 살펴보면 김 사장은 16일과 17일은 서울 서초구에 있는 한전아트센터에서 정기이사회 등에 참석했다.

21~22일에도 한전아트센터에서 머무르며 김영훈 세계에너지협의회(WEC) 회장과 면담하고 프레데릭 크리스티안 덴마크 왕세자 초청행사에 참석했다.

특히 지난 4월 공식일정을 보면 김 사장은 서울에서 열리는 행사에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

4월9일 제54회 전기의 날 기념식, 4월16일 전력 빅데이터 융합센터 개소식, 4월25일 제2차 전력경제포럼, 4월26일 윤리준법위원회, 4월30일 제2회 스마트에너지산업 포럼 등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머물렀다.

한 번 서울에 오면 2~3일씩 머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서울 이외의 다른 지역 출장과 비공식 일정까지 포함하면 김 사장이 전라남도 나주시 한국전력 본사에서 업무를 보는 날은 상당히 적다.

앞으로도 김 사장의 공식일정으로 5월30일 인천에서 인천본부의 긴급복구실제훈련, 6월4일 대구에서 대구시와 업무협약 체결, 6월5일 경기도 가평군에서 노사합동 순직사원 위령탑 참배가 예정돼 있다.

한국전력의 한 관계자는 "김 사장이 서울에 주로 머물기를 원하다 보니 간부들이 서울 행사 참석일정을 계속 만들고 있고, 이 때문에 점점 더 사장과 나주 본사와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한국전력의 사업을 위해 서울 등에서 열리는 중요한 업무에는 사장이 직접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임직원들은 김 사장이 지나치게 외부의 사소한 행사까지 챙기며 본사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로 본사의 자리를 비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전력의 한 간부는 "김 사장이 정치권을 포함한 외부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고 있다"면서 "최고경영자가 외부환경에 지나치게 관심을 쏟으면서 조직과 사업이 답답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이 4~5월 잦은 출장으로 나주 본사 자리를 자주 비우는 사이 한국전력은 강원도 산불 책임, 1분기 적자실적 발표, 한전공대 설립 논의, 소액주주 항의 등 복잡하게 얽힌 문제들이 산적해 비상경영으로 모든 역량을 집중해도 부족한 상황에 처해 있다.

특히 한국전력 적자문제와 강원도 산불 배상책임 등은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지만 김 사장이 본사에 없다 보니 임직원들과 충분히 논의할 시간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20일에는 한국전력 소액주주들이 "한국전력의 적자실적 발표와 불확실한 미래로 주가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며 김 사장에게 흑자경영을 촉구하면서 집단행동을 시작했다.

소액주주들은 한국전력 강남지사 앞에 모여 “김 사장은 부실경영을 책임지고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장병천 한국전력소액주주행동 대표는 “김 사장을 배임으로 고발하는 등 민형사상 소송을 진행하기 위해 주주들의 서명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 산불 피해와 관련해서도 김 사장은 피해 주민들에게 직접 민사적 배상을 약속했지만 피해 주민들은 "한국전력이 협상에서 성의없는 태도를 보이고 전혀 진전이 없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장일기 속초시 산불피해 주민비상대책위원장은 “김 사장이 직접 속초시를 찾아와 피해 배상을 약속했지만 한국전력 태스크포스(TF)에서 7명 정도 찾아와 인사하고 간 것이 전부”라며 “한국전력은 배상 범위나 제안 등을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의 일정과 관련해 한국전력 측은 "자체적으로 알아보고 답변을 주겠다"고 했으나 그 뒤 이렇다 할 설명을 하지 않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