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사업영역을 다변화하고 차세대 공정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며 사업 육성과 경쟁력 확보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133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위해 시스템반도체에서 확실한 성장기반을 구축하려는 목적으로 분석된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
허국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전무는 30일 콘퍼런스콜을 통해 "모바일 프로세서와 통신반도체를 통합한 '원칩' 개발에 매진하겠다"며 "4나노 EUV공정 기술 개발에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현재 '갤럭시S10' 등 삼성전자 주요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프로세서와 통신반도체를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경쟁사인 퀄컴과 달리 삼성전자의 프로세서와 통신반도체는 스마트폰에 별도로 탑재되는 형태라 외부 고객사로 공급을 확대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삼성전자가 프로세서와 통신반도체를 합친 통합반도체 개발을 공식화한 것은 모바일 시스템반도체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춰 본격적으로 외부 공급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5G통신반도체와 이미지센서, 지문인식 센서와 자동차 전장부품용 반도체, 사물인터넷용 반도체 등으로 시스템반도체 사업영역을 적극 다변화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반도체 위탁생산사업에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중장기적 연구개발 목표도 공개됐다.
허 전무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처음으로 삼성전자의 4나노 미세공정 개발 계획을 공식화했다.
삼성전자가 5나노 미세공정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지 약 2주만에 차세대 공정 기술 개발을 향한 자신감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반도체 위탁생산 공정은 미세화가 진행될수록 반도체 성능과 전력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안에 6나노 반도체 양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이르면 내년부터 5나노, 2021년 4나노 양산체제도 구축하며 위탁생산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사업 다각화와 미세공정 기술 발전에 속도를 내는 것은 2030년까지 예정된 133조 원 규모의 투자를 앞두고 성장전략의 '밑그림'을 그리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대규모 투자가 순조롭게 진행되려면 삼성전자가 어느 분야의 시스템반도체를 중점적으로 육성할 지 구체적 목표와 계획을 수립하에 앞서 다양한 사업영역을 탐색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시스템반도체 연구개발에 73조 원, 시설 투자에 60조 원을 들이는 중장기 계획을 내놓았다.
삼성전자가 전장용 반도체나 사물인터넷 반도체 등 특정 시스템반도체사업 분야에서 승산을 잡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곧바로 대규모 연구개발과 시설투자를 통해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사업에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 뒤 선제적 투자 확대로 빠르게 경쟁력을 확보한 것과 같은 전략을 시스템반도체에도 쓸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사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키워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전사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도 시스템반도체 육성을 적극 돕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삼성전자에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청와대 수석비서관과 보좌관 회의에서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에 133조 원을 투자하는 일은 반가운 소식"이라며 "시스템반도체를 중점 육성산업으로 선정해 우선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