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가 실적 부진의 늪을 빠져나오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태양광 제품 가격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OCI의 주력 생산품인 폴리실리콘 가격은 회복이 더딘데다 높은 제조원가 탓에 중국 회사들과의 경쟁을 이겨내기 쉽지 않을 수 있다.
 
OCI, 폴리실리콘 가격 회복 더뎌 고난의 행군 더 길어져

▲ 이우현 OCI 대표이사 사장.


26일 업계에 따르면 OCI는 2018년 4분기 영업이익으로 129억 원을 내 지난해 4분기보다 87.4%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신한금융투자나 미래에셋대우 등 일부 증권사들은 4분기 영업이익의 적자 전환도 예상하고 있다.

전체 매출의 40%가량을 차지하는 폴리실리콘의 영업적자가 실적 부진의 원인이다.

신한금융투자는 OCI의 폴리실리콘이 올해 4분기 690억 원, 내년 1분기 470억 원, 내년 2분기 300억 원의 영업적자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OCI는 글로벌 폴리실리콘 판매가격의 회복이 더딘 데다 자체 폴리실리콘 제조원가도 높아 단기간에 실적을 개선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태양광 제품 가격 조사기관 피브이인사이트(PVinsights)에 따르면 폴리실리콘은 4주째 킬로그램당 9.5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중국 에너지부가 2019년 태양광 보조금을 부활하는 등 육성정책을 예고한 것을 시작으로 인도와 남미 등 세계 각국에서 태양광 발전량을 늘리겠다고 공언해 글로벌 태양광 수요는 내년 최대 38%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태양광 셀과 모듈 가격이 4주 연속으로 회복세를 유지한 것과 달리 폴리실리콘 가격은 오르지 않고 있다.

피브이인사이트는 “현재 일부 폴리실리콘 생산회사들이 폴리실리콘 가격이 낮아 생산을 줄이거나 심지어 중단하고 있지만 최상위 중국 생산회사들은 전체 생산량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며 “폴리실리콘 공급망 전반에 걸친 높은 재고 수준은 과잉 공급에 따른 가격 하락 압박을 다시 불러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의 폴리실리콘 생산회사들이 낮은 가격에도 생산량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제조원가가 낮기 때문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10월 내놓은 ‘2018년 3분기 태양광산업 동향’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으로 중국 최상위 폴리실리콘 생산회사의 제조원가는 킬로그램당 7.3달러이다. 폴리실리콘이 9.53달러를 유지하더라도 수익을 낼 수 있다.

그러나 신한금융투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OCI의 폴리실리콘 제조원가는 킬로그램당 15달러 안팎으로 현재 거래가격인 9.53달러는 물론 중국 생산회사들의 제조원가와도 격차가 크다.

중국 생산회사들과 가격 경쟁도 쉽지 않은데 폴리실리콘 가격이 크게 오르기 전까지는 경쟁을 위해 제품을 팔수록 손해를 보게 되는 셈이다.

OCI는 폴리실리콘 제조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전기요금 부담을 덜기 위해 6월 군산 공장에 200억 원을 들어 51메가와트시(MWh) 규모의 에너지저장장치를 설치했다.

지난 4월에는 말레이시아의 도쿠야마 제1공장에 1억 달러를 들여 생산설비를 늘리기로 했다. 공정 개선을 통해 제2공장의 생산능력을 기존 1만4천 톤에서 1만7천 톤까지 끌어올리는 작업은 이미 2분기에 마쳤다.

말레이시아의 전기요금은 한국의 3분의 1 수준이다. 따라서 말레이시아에서의 생산량 확대는 단순히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한 원가 절감뿐만 아니라 전기요금 부담을 줄이는 효과도 함께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런 원가 절감 노력에도 OCI는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을 버텨내지 못했다.

OCI는 폴리실리콘이 킬로그램당 17달러 이상에 거래되던 올해 1분기에 영업이익 1063억 원을 냈지만 10달러 수준으로 떨어진 3분기에는 156억 원까지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OCI 관계자는 “폴리실리콘의 제조원가는 전기요금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회사가 조정할 수 없는 문제”라며 “OCI는 제조원가 절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다소 한정적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