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금융 계열사의 삼성전자 보유지분 매각과 그룹 내 순환출자고리 해소를 포함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부회장이 다른 재벌기업 총수와 같이 정부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에 맞춰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삼성SDS 지분 처리방안을 고심할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이재용, 삼성 지배구조 논란 벗기 위해 삼성SDS 보유지분 처리할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5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재벌기업 총수가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비주력 계열사의 지분을 매각해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LG는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물류 계열사 판토스 지분 19.9%를 모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4일 밝혔다.

구 회장 등 특수관계인의 판토스 지분율은 공정거래법 규제 기준인 20%에 미치지 못하지만 LG그룹에 내부거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오너일가에 '자금줄'이 되고 있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 왔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최근 취임 1주년 기념식에서 편법 경영승계를 막기 위해 재벌 오너일가의 비상장 비주력 계열사 지분 매각을 촉구한 점도 이 때문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최근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신세계건설과 신세계I&C 지분을 모두 이마트에 매각했고 LS그룹 오너일가도 최근 계열사인 가온전선의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강조하는 정부 기조에 맞춰 주요 재벌기업 오너가 현행법상 문제가 되지 않는 수준의 계열사 지분도 적극적으로 처분해 경영 투명성 강화에 힘을 싣고 있는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도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선제적 대응조치를 고심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이 부회장은 올해 들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노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비금융 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을 일부 매각해 금산분리에 속도를 냈고 삼성전기와 삼성화재, 삼성SDI는 삼성물산 지분을 전량 처분해 삼성그룹 내 순환출자고리를 완전히 끊어냈다.

삼성그룹 내부거래 비중과 이 부회장 등 오너일가 지분율이 높은 물류와 시스템통합(SI) 계열사 삼성SDS의 지분 처리 문제가 지배구조 개선에 다음 과제로 남게 됐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등 오너일가는 삼성SDS 지분 약 17.1%를 들고 있다. 삼성SDS는 70% 이상의 매출을 계열사인 삼성전자에서 올리고 있어 내부거래 비중도 높다.

현행법에는 오너일가가 상장사인 삼성SDS 지분율을 30% 미만으로 유지하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가속화되는 점과 재벌기업들이 일제히 오너일가 지분 정리에 나서는 흐름에 비춰볼 때 이 부회장이 삼성SDS 지분 정리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부회장 등 오너일가가 삼성전자나 그룹 내 실질적 지주사인 삼성물산 지분을 사들이기 위해 삼성SDS 지분 매각대금을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삼성화재와 삼성전기가 삼성물산 지분을 매각하며 삼성물산의 그룹 내 지분율은 기존 37.28%에서 33.26%까지 낮아졌다. 지배력을 유지하려면 오너일가나 다른 계열사의 지분 매입이 필요하다.

이 부회장이 2016년 삼성SDS 지분 약 2%를 매각했을 때 주가가 급락했던 사례가 있어 주주들에 피해가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삼성SDS가 과거와 달리 스마트팩토리, 블록체인 솔루션 등으로 성장성을 확보한 만큼 오너일가의 지분 변동이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폭은 이전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삼성SDS 주가는 오너일가의 지분 매각 이슈보다 IT 전략사업을 통한 대외 고객사 확보와 매출 증가 여부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