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정상회담에 동행한 것은
문재인 정부와 삼성 사이 힘의 구도에서 변화가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외국언론이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18일 "
문재인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소개할 예정을 잡아놓고 있다"며 "약 19개월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라고 보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평양으로 이동해 김 위원장과 만났다. 평양에서 열리는 3차 남북 정상회담은 20일까지 2박3일 일정으로 진행된다.
이 부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주요 대기업 총수들은 이번 정상회담에 특별 수행원 자격으로 동행한다.
블룸버그는 이 부회장이 올해 초 석방되기 전까지 약 1년 동안 구속수감돼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처지가 크게 바뀐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게이트 사태로 항소심에서 석방됐지만 상고심을 앞두고 있다.
블룸버그는 문 대통령이 재벌 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앞세워 당선됐지만 경제 상황이 나빠지며 갈수록 삼성과 같은 재벌기업에 의존이 높아지고 있다고 봤다.
이 부회장이 이번 정상회담에 동행한 점도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 경제협력 논의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는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의 말을 인용해 "
문재인 정부는 지금 삼성이 필요하다"며 "삼성도 정부에 협조해 손해를 볼 일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삼성그룹은 최근 정부의 내수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정책에 맞춰 3년 동안 180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계획도 내놓았다.
블룸버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 당선됐을 때 한국에서 재벌기업과 오너일가가 미치는 영향력을 줄일 것이라는 사회적 기대가 높았다고 바라봤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최근 정부와 삼성 사이 힘의 구도가 뒤바뀌었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파악했다.
이 부회장의 북한 방문뿐 아니라 삼성그룹이 최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통해 의약품을 포함한 주요 사업분야의 규제 완화를 요청한 점이 그런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혔다.
증권사 지브라인베스트먼트는 블룸버그를 통해 "재벌기업은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고용주이기 때문에 경제 상황이 나빠진다면 정부의 재벌 개혁 시도도 멈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파악했다.
블룸버그는 "삼성은 이미 한국을 뛰어넘는 강력한 영향력을 갖추고 있다"며 "문 대통령이 삼성을 포함한 재벌기업에 얼마나 의존해야 할 지를 놓고 큰 고민에 빠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