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검찰의 칼 끝에 섰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공작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의장 사법처리 여부를 놓고 전망이 엇갈리지만 이번 수사를 계기로 이재용 부회장이 내걸고 있는 ‘새 삼성’을 위한 과거와 단절에 더욱 속도를 낼 수도 있다.
 
이재용, 이상훈 수사 계기로 '새 삼성' 위해 과거와 단절에 속도낼까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이 의장이 6일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을 지낼 당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공작을 보고받고 지시했다는 혐의로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검찰 수사가 정점을 향해 가고 있다.

삼성전자와 미래전략실을 거쳤던 다른 임원들의 소환조사와 구속, 삼성전자 경영지원실과 이 의장의 집무실 등을 대상으로 한 압수수색이 마무리된 뒤 이어진 것으로 검찰이 이 의장의 혐의를 어느 정도 구체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이 의장이 당시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으로 재무적 판단을 총괄했다는 점을 들어 자금 지출을 승인했을지라도 노조와해 공작을 구체적으로 보고받고 지시했을 가능성은 없다는 말도 삼성전자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삼성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노조 관련 대응은 이미 구속된 당시 부사장과 전무가 사실상 모두 책임지고 수행했던 것으로 안다”며 “이 의장이 경영지원실장으로 윗선이라고 해도 노조와해 공작의 세부적 내용을 파악하고 지시하기는 시스템으로 볼 때 어렵다”고 말했다.

이 의장이 삼성전자 경영에서 한 발 물러나 있는 자리에 있지만 이사회 의장이라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는 만큼 검찰 소환조사와 향후 사법처리 가능성은 삼성전자로서 매우 불편한 일일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3월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와 별도로 이상훈 이사회 의장을 선임했다.

김기남 사장과 김현석 사장, 고동진 사장 등 새 대표이사들의 경험이 비교적 많지 않다는 점도 삼성에 오래 몸담고 오너일가의 두터운 신임을 받던 이 의장이 선임된 배경으로 꼽히기도 했다.

다른 한편으로 이 의장의 검찰 소환조사로 삼성전자가 과거의 어두운 역사와 단절하고 이재용 부회장이 추진하는 ‘새 삼성’을 향해 나아가는 데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재용, 이상훈 수사 계기로 '새 삼성' 위해 과거와 단절에 속도낼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는 어두운 과거의 하나로 꼽혀온 반도체 직업병 문제를 놓고 사실상 단절을 끝냈다. 김기남 사장이 5일 기흥사업장 사망사고와 관련해 곧바로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근본적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힌 것도 더 이상 과거사에 발목이 잡히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로서는 이 의장의 사법처리와 관계없이 노조와해 공작을 향한 검찰 수사가 끝나는 대로 ‘무노조 원칙을 유지하기 위한 무리수’라는 과거와 단절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이 의장이 노조와해 공작에 어느 정도 연루됐는지와 무관하게 검찰 수사를 받은 점이 삼성전자에 부담을 안긴 만큼 스스로 거취를 결정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과거와 단절한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이사회 의장을 외부에서 이름 높은 인물로 교체해 이사회 중심의 경영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할 수도 있다.

이 부회장은 2016년 12월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미래전략실에 관한 부정적 시각과 국민의 인식을 고려해 해체하겠다"며 "불미스런 일로 국민을 실망스럽게 하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