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가 서로 다른 전략으로 인공지능 스피커를 확산하는 데 속도를 높이고 있다.

네이버는 스피커의 형태를 다양하게 내놓고 있는 반면 카카오는 인공지능(AI)과 연계된 콘텐츠나 기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인공지능스피커 경쟁에서 네이버는 디자인, 카카오는 콘텐츠 내세워

▲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왼쪽)와 여민수 카카오 공동 대표이사.


14일 카카오에 따르면 카카오는 최근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통해 인공지능(AI) 스피커 ‘카카오미니’에 가상화폐 시세를 알려주는 콘텐츠 등 모두 5개 기능을 추가했다.

카카오의 이번 콘텐츠 업데이트에는 천주교와 기독교 종교인을 위한 콘텐츠와 '열정에 기름붓기'를 들을 수 있는 기능 등이 포함됐다. 열정에 기름붓기는 같은 이름의 스타트업이 운영하는 '책 소개 콘텐츠'를 말한다.

예를 들어 이용자가 ”헤이카카오, 업비트에서 오늘 비트코인 시세 알려줘“라고 하면 가상화폐 시세를 알려주고 천주교의 묵상이나 기독교의 큐티(QT) 등 프로그램을 들려준다.

카카오는 인공지능 스피커 카카오미니의 외관을 바꾸기보다 기능적 측면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연계된 콘텐츠를 늘려 이용자의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카카오가 개발하고 있는 두 번째 인공지능 스피커 '카카오미니' 역시 기존 스피커와 외관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3분기 안에 카카오미니의 두 번째 버전을 출시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뒀는데 최근 카카오미니와 관련해 전파인증을 받은 만큼 이르면 8월 안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는 카카오미니의 인공지능 관련 기능을 업데이트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스피커 자체의 기능에 신경 쓰는 것보다 카카오가 강점을 지닌 인공지능과 관련한 콘텐츠에 집중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네이버는 다양한 형태의 인공지능 스피커를 선보이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네이버는 6월 열린 ‘라인 개발자 컨퍼런스 2018’에서 하반기 보이는 인공지능 스피커인 ‘클로바 데스크’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기존 인공지능 스피커에 7인치 화면이 탑재된 모델이다.

네이버는 7월26일 유니버셜 스튜디오의 인기 캐릭터 ‘미니언즈’를 활용한 프렌즈 미니 미니언즈도 내놨다. 4월 프렌즈 미니언즈를 출시한 데 이어 이번에는 프렌즈 미니 미니언즈를 공개한 것이다. 두 인공지능 스피커의 기능은 크게 다르지 않다.

네이버 관계자는 “캐릭터 디자인을 활용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일상생활 속에서 인공지능 스피커를 낯설지 않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이미 캐릭터가 없는 형태의 인공지능 스피커 ‘웨이브’와 캐릭터 모양의 ‘프렌즈’ 등 4종류에 이르는 스피커를 출시했는데 또 다른 형태의 스피커를 내놓은 것으로 카카오의 전략과 확연히 구분된다.
 
인공지능스피커 경쟁에서 네이버는 디자인, 카카오는 콘텐츠 내세워

▲ 네이버의 인공지능 스피커 '프렌즈'(왼쪽)와 카카오의 인공지능 스피커 '카카오미니'.


네이버와 카카오는 모두 인공지능 스피커의 이용자 수를 최대한 많이 늘려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인공지능 스피커 서비스를 고도화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단기간에 얼마나 많은 인공지능 스피커를 보급하는 지가 결국 인공지능 스피커시장의 승패를 가를 것으로 분석된다. 

카카오 관계자는 “인공지능 스피커 보급은 현재 개발하고 있는 카카오 인공지능 플랫폼 카카오I(아이)의 사용성 확보 측면에서 중요하다”며 “데이터를 많이 쌓아나갈수록 카카오I의 학습도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인공지능 스피커를 통해 플랫폼을 만들어놓으면 스마트홈, 차 안에서 스마트환경 구축 등 서비스를 확대할 여지는 무궁무진한 것으로 전망된다. 뒤집어보면 인공지능 스피커 보급 경쟁에서 밀려나면 순위를 뒤집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는 뜻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이용자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카카오는 7월 카카오미니를 모두 20만 대 판매했다고 발표했다. 반면 네이버는 정확한 인공지능 스피커 판매 대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인공지능 스피커업계의 경쟁은 점점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SK텔레콤은 7월 인공지능 스피커와 조명을 결합한 ‘누구캔들’을 선보였다. KT도 16일 휴대용 인공지능 스피커 ‘기가지니 버디’를 내놓는다. 

삼성전자는 최근 갤럭시노트9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인공지능 비서 ‘빅스비’를 탑재한 인공지능 스피커 ‘갤럭시홈’을 공개했다. 구글 역시 한국에 인공지능 스피커 ‘구글홈’을 출시하기 위해 현재 음성변환 서비스 등을 준비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서하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