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지분 승계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을 비롯해 오너일가가 보유하고 있던 계열사 지분을 이마트에 넘겼기 때문이다.
 
[오늘Who] 정용진 정유경, 이명희 신세계그룹 지분 승계 속도내나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이명희 회장이 1943년생으로 고령이라는 점,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각각 이마트와 신세계를 사실상 이끌고 있다는 점 등을 볼 때 신세계그룹에서 지분 승계가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3일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최근 이마트는 이명희 회장, 정재은 명예회장 등 오너일가로부터 계열사 지분을 사들이면서 자회사 지배력을 강화했다.

정 부회장도 보유하고 있던 신세계I&C 주식 7만4170주와 신세계건설 3만1896주를 이마트에 모두 매각했다. 이를 통해 110억 원가량도 확보했다.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이 각각 이마트와 신세계를 물려받으려면 이명희 회장이 들고 있는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이 필요하다. 이 회장은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각각 18.22%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앞으로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이 이마트 지분을 받기 위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들고 있는 계열사 지분을 처분할 가능성이 떠오른다.

정 부회장의 자금줄로 꼽히는 곳은 광주신세계다. 정 부회장은 광주신세계 지분 52.08%를 보유하고 있다.

정 총괄사장의 자금줄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이다. 정 총괄사장은 지난 4월 아버지 정재은 명예회장으로부터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 21%를 받아 현재 지분 21.44%를 들고 있다.

다만 두 회사 모두 최근 주가 흐름이 좋지 않다는 점이 지분 처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광주신세계 주가는 지난해 9월 25만 원대를 찍은 뒤 내리막길을 걸어 3월 21만 원까지 떨어졌다. 13일 종가는 22만4천 원으로 정 부회장의 지분 가치는 1800억 원 수준이다.

광주신세계는 4월 말 KB자산운용으로부터 자기자본이익률(ROE) 하락과 늦어지고 있는 복합쇼핑물의 진척사항을 놓고 공개 질의서를 받기도 했다.

당시 KB자산운용은 “광주신세계에 2013년부터 5년 동안 투자하고 있다”며 “그러나 신규투자 부재와 열악한 주주환원정책 때문에 광주신세계의 자기자본이익률이 지난 10년 동안 18%에서 9%로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광주신세계는 2016년부터 광주에 백화점과 이마트, 호텔 등이 들어서는 복합쇼핑몰 건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골목상권 침해와 교통문제 등에 부딪혀 큰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주가는 최근 들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어 매각시기를 놓고 고민이 클 것으로 보인다.

당초 패션사업의 비중이 높아 실적 변동폭이 크지 않았으나 화장품사업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중국에서 들려오는 소식 하나하나에 주가가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주가는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5만 원대에 그쳤으나 올해 들어 화장품사업 확대, 정유경 총괄사장의 지분 확보 등 호재가 연이어 터지면서 7월 초 장중 한때 22만 원대까지 올랐다.

그러나 그 뒤 중국정부가 보따리상 단속을 강화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급락해 20만 원대가 무너졌다. 13일 종가는 19만4천 원으로 정 총괄사장의 지분 가치는 3천억 원 수준이다.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은 과거에 지분율 하락을 감수하면서 증여세를 주식으로 납부해 시선을 모으기도 했다.

정재은 명예회장이 2006년 9월 보유하고 있던 신세계 지분 147만4571주(7.81%)를 남매에게 모두 증여했다. 84만 주(4.4%)는 정 부회장에게, 63만4571주(3.4%)는 정 총괄사장에게 물려줬다.

정 부회장은 같은해 11월 말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신세계그룹 경영 전면에 섰다. 신세계 지분율도 기존 4.8%대에서 9.3%대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정 총괄사장 역시 지분율이 1%도 안됐다가 4%대로 높아졌다.

그러나 이듬해 남매가 증여세를 신세계 지분으로 대납하면서 최종 지분율은 낮아졌다.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의 지분율은 7.32%, 2.51%로 조정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