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18-07-09 16: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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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과 KT가 보안성 논란에도 5G 망의 조기 구축을 위해 중국 화웨이 통신장비를 도입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도 세계 최초 5G 상용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SK텔레콤과 KT의 화웨이 통신장비 도입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왼쪽), 황창규 KT 대표이사 회장.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화웨이 5G 장비 도입을 공식화한 LG유플러스에 이어 SK텔레콤과 KT도 화웨이의 5G 장비를 도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K텔레콤과 KT가 예정대로 2019년 3월에 5G를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화웨이 장비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SK텔레콤과 KT가 5G 상용화를 차질 없이 진행하려면 늦어도 9월에는 통신 장비업체를 선정해 발주를 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 유일의 5G 장비업체인 삼성전자는 아직 3.5GHz 대역의 통신장비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화웨이가 그동안 3.5GHz 주파수 대역을 이용한 5G 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춘 반면 삼성전자는 28GHz 주파수 대역에 집중해왔기 때문이다.
28GHz 주파수는 대용량의 데이터를 송수신하기가 좋아 28GHz용 장비는 기술적으로 더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5G 상용화 초기에는 전파 도달거리가 길어 전국망 구축에 유리한 3.5GHz의 활용도가 더 높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화웨이 장비는 경쟁사 대비 30% 이상 저렴한데다 3.5GHz 대역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3.5GHz 장비 출시가 늦어진다면 5G 조기 상용화를 노리는 SK텔레콤과 KT는 화웨이 장비 도입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이미 화웨이 장비 도입을 공식화하며 5G 장비업체 선정을 준비하고 있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대표이사 회장은 6월27일 상하이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2018에서 “이변이 없는 한 5G에 화웨이 장비를 도입할 것”이라며 “화웨이가 제일 빠르고 성능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와 달리 SK텔레콤과 KT는 아직 화웨이 장비 도입 여부를 놓고 공식적 방침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두 회사도 화웨이 5G 장비의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KT 관계자는 “화웨이의 통신장비는 기술력이 뛰어나고 가격도 저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고려해야 할 사안이 많은 만큼 실제 도입을 놓고 아직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움직임도 SK텔레콤과 KT의 화웨이 장비 도입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5일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 5G를 상용화를 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며 5G 상용화 일정을 늦출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또 화웨이 5G 장비 도입과 관련해서는 “5G에서 화웨이 문제는 중국과 오해가 생길 수 있어 조심스럽다”며 “통신 서비스와 이를 구현하는 단말기가 통신장비에 접속돼 소비자들에게 제공되는 것인데 결국 우리 산업”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일고 있는 화웨이 장비의 보안성 문제보다는 5G 상용화의 차질 없는 추진이 중요함을 강조한 것이다. 유 장관은 올해 초만 해도 이통3사에 국산 통신장비를 이용할 것을 당부했지만 최근 들어 화웨이와 관련된 문제를 놓고 발언을 삼가고 있다.
이러한 유 장관의 발언을 두고 일각에서는 5G 조기 상용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과기정통부가 결국 화웨이 장비를 허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과기정통부가 화웨이를 배제하는 방침을 세울 가능성이 크지 않은 만큼 SK텔레콤과 KT도 화웨이 장비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통신비 인하 등으로 비용 감축이 절실한 통신사에게 화웨이 장비는 더 매력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