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이 새 기금운용본부장(CIO)을 찾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이라는 중대한 변화를 기금운용의 총괄책임자 없이 맞게 될 가능성도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없이 스튜어드십코드 도입해도 되나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8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이 8월로 미뤄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과 관련해서는 아직 내용을 정리 중에 있다”며 “7월 말이나 8월경 완벽히 심의해 채택하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7월 도입하겠다는 원칙을 유지해왔는데 처음으로 늦춰질 수 있다고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8월로 연기한다고 해도 국민연금이 이때까지 기금운용본부장 공백을 메우는 것은 쉽지 않다. 

국민연금은 6일 기금운용본부장 재공모 공고를 하고 지원서 접수를 시작했지만 선임까지 최소 두 달은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기금운용위원들이 있는 만큼 기금운용본부장 없어도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할 수 있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재계와 시장의 우려는 여전하다. 도입 초기과정에 기금운용본부장이 없어서는 제대로 중심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스튜어드십코드는 기금운용의 건전성과 수익성 보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방침인데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총괄하는 실무 책임자가 기금운용본부장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자동차그룹이 최근 추진하다가 철회한 지배구조 개편안와 관련해 국민연금이 찬반 결정을 외부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에 넘긴 것을 놓고도 기금운용본부장의 부재가 적잖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금운용본부장이 없는 상태에서 의결권과 관련한 중대한 결정을 하는 것은 성과와 상관없이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은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전환기라 할만한 중요한 변화인데 최고 책임자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지난해 7월 이후 1년 가까이 공석이다. 1999년 기금운용본부가 설립된 이래 가장 오랫동안 자리가 비어 있다. 

재공모에 응하는 인재도 많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내정자였던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의 탈락을 놓고 청와대 개입설이 불거지는 등 잡음이 커지면서 기피 현상이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금운용본부장은 630조 원가량이나 되는 막대한 자금을 굴리는 자본시장의 권력자지만 막상 이 자리를 노리는 실력자는 많지 않다. 

연봉이 3억 원으로 민간 금융회사들의 절반 수준인 데다 퇴임하면 3년 동안은 업계에서 다시 일할 수도 없다. 기금운용의 최고 의사결정권을 보건복지부 장관이 쥐고 있어 외풍에 휘둘릴 수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꼽힌다. 

실제로 역대 기금운용본부장 7명 가운데 임기 3년을 채운 이는 2명뿐이다.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독립성도 불안하고 처우까지 부실한데 짊어져야 하는 책임은 엄청난 자리”라며 “굳이 희생을 감수하고 이를 맡으려는 인재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