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기자 hyunjung@businesspost.co.kr2018-06-27 17:20:03
확대축소
공유하기
은행들의 핵심성과지표(KPI)가 단기적 성과 경쟁을 부추기면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소홀히 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의 '과다 대출금리' 실태가 드러나면서 단기적 실적을 채우려는 은행권의 잘못된 과당경쟁 때문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 경남은행과 KEB하나은행, 한국씨티은행 건물.
경남은행과 KEB하나은행, 한국씨티은행 등은 대출금리를 구성하는 가산금리를 산정할 때 소득과 담보를 누락해 높은 금리를 적용했다.
은행들은 고의성은 없으며 직원들의 단순 실수에서 비롯된 오류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경남은행처럼 165개 점포 가운데 100개가 넘는 곳에서 1만2천 건이 넘는 사례들이 발생한 것을 단순 실수라고 보기에는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단순 실수는 은행들의 주장이고 고의성이 있었는지, 내부 통제의 문제인지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1만 건이 넘는 사례들을 모두 단순 실수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은행권의 핵심성과지표 항목은 목표영업이익, 1인당 조정영업이익, 이자이익, 핵심수수료이익, 자기자본이익률(ROE), 카드 방카슈랑스 수수료 등 수익성 항목 비중이 절반을 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은행들의 핵심성과지표 항목은 수익성 54%, 신규 고객 유치 19%, 여수신 규모 13.9%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주로 계량지표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적 성과 평가항목인 건전성(9.5%), 고객보호(1.8%) 등은 비중이 낮은 편이고 내부 통제와 고객보호 항목을 별도로 참고 정도하는 가감항목으로 평가하는 곳도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핵심성과지표는 은행이 영업점과 직원을 평가하는 지표로 성과급과 인사평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직원들이 그에 맞춰 업무를 조정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은행들의 2018년 핵심성과지표 정비를 앞두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은행원의 87%가 "고객이익보다는 은행의 경영성과지표 실적평가에 유리한 상품을 판매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은 핵심성과지표인 순이자마진(NIM) 등 수치도 열심히 관리하는데 사실상 높은 금리로 대출이자를 받고 예금이자는 적게 줘서 돈을 벌었다는 뜻인 만큼 이런 수치에 반감을 갖는 시선도 있다”며 “고객을 보호하는 지표에 높은 가중치를 두고 성과 평가를 해야 소비자 피해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성과지표 항목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국내 은행의 수익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편인데도 비판이 계속되는 이유는 ‘해주는 데 비해 가져가는 것이 많다’는 고객들의 인식 때문”이라며 “핵심성과지표를 고객 중심으로 재구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연합회도 2018년 초에 ‘고객 중심의 영업환경 조성방안 세미나’를 열고 시중은행들이 이익 중심의 평가지표를 단순화하고 고객 경험 지표, 소비자보호 지표 등 비재무 평가지표도 충분히 고려할 것을 당부했다.
일부 시중은행들이 이런 지적을 받아들이며 핵심성과지표를 개선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단기적 목표이익보다 금융상품의 장기수익률에 더 많은 가산점을 부여하고 KEB하나은행도 단순히 고객 수만을 평가하는 계량적 지표의 가중치를 줄이고 장기상품 가입 건수 등을 핵심성과지표에 넣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