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TSMC가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분야에서 기술 발전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약 28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증설 투자계획도 내놓으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위탁생산사업에 투자를 늘리며 TSMC를 추격하겠다는 목표를 구체적으로 내놓자 격차를 더 벌려 삼성전자의 사업 확대 의지를 꺾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22일 로이터에 따르면 TSMC는 반도체 위탁생산 차기 공정인 5나노 공정에만 모두 250억 달러(약 28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TSMC는 올해 업계 최초로 대량 양산체제를 갖춰낸 7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공장에서 애플이 하반기 출시하는 아이폰용 프로세서의 위탁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차세대 미세공정인 5나노 공정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양산이 시작될 것으로 계획됐다. TSMC가 밝힌 투자금액 28조 원이 새 공장 증설에 대부분 사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이유다.
TSMC는 올해 초 새 반도체공장 착공식에서 3년 동안 26조 원의 투자계획을 밝히며 "이 정도의 투자여력을 갖춘 반도체기업은 인텔과 삼성전자 외에 TSMC가 유일하다"고 자신을 보였다.
이번에 발표한 투자금액은 연초 밝힌 것보다 규모가 크고 5나노 공정에만 집중되는 만큼 TSMC는 반도체 위탁생산에 당분간 공격적 수준의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TSMC가 이미 차세대 공정인 3나노 기술 상용화 목표도 2022년으로 제시한 만큼 연구개발과 시설 투자가 5나노 공정과 동시에 진행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 미세공정은 숫자가 낮아질수록 반도체 성능과 전력 효율 개선 효과가 크다.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차 등 신사업분야에 고성능 반도체가 널리 사용되며 최신 미세공정을 활용한 반도체 위탁생산 수요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TSMC가 최근 공격적으로 반도체 미세공정에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이런 수요 증가에 대응하는 것과 함께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격차를 벌리기 위한 목적도 큰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가 TSMC의 위탁생산 공정 기술력을 바짝 추격하면서 최근 시장 점유율을 따라잡겠다는 목표를 적극적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위탁생산시장 점유율은 현재 10% 미만에 불과해 50% 안팎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한 TSMC와 격차가 크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지난해까지 미세공정 기술력에서 TSMC를 앞서며 강력한 경쟁력을 보였고 최근 시설 투자도 역대 최대 규모로 확대한 만큼 TSMC에게는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정은승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은 지난해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5년 안에 반도체 위탁생산시장 점유율을 현재의 3배로 끌어올려 강력한 2위 업체로 올라설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6조 원 이상의 투자를 들이는 화성 반도체 위탁생산공장을 착공했다.
TSMC가 삼성전자의 발표 이후 몇 배에 이르는 규모의 시설 투자계획을 발표한 것은 결국 규모의 경제 효과를 강화해 삼성전자의 점유율 확대 의지를 꺾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규모 생산공장을 가동하는 TSMC가 반도체 위탁생산 주요 고객사를 미리 선점한다면 후발주자인 삼성전자가 자리를 잡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대만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 위탁생산 최대 고객사인 퀄컴도 이르면 내년부터 고성능 반도체 위탁생산을 TSMC에 넘길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전자전문매체 WCCF테크는 "TSMC는 반도체 위탁생산 기술력과 발전 속도에서 삼성전자에 우위를 인정받고 있다"며 "시장에서 높은 지위를 지켜내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