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주식 액면분할 등 다양한 주가 부양정책을 내놓았지만 모두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된 불확실성과 경영권 불안 등이 주가 상승의 발목을 계속 잡고 있다.
31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보다 2.42% 오른 5만7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전날 주가가 3.51% 급락한 뒤 하루 만에 반등했지만 하락폭을 만회하지 못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해 11월에 5만7500원(액면분할 뒤 가격 기준)으로 역대 최고가를 보였다. 하지만 곧 큰 폭으로 떨어진 다음부터 박스권에 계속 머물고 있다.
증권사 모건스탠리가 올해 반도체업황을 놓고 부정적 전망을 내놓은 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사업에 의존이 높은 기업 주가는 지난해 연말부터 일제히 가파른 하락세를 겪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최근 약 6개월만에 역대 최고가를 새로 쓰며 반등에 성공했지만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해 말보다 약 10% 떨어진 수준에서 박스권에 머무르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가 실적 전망이나 사업환경에 반응하기보다 지배구조 관련 불확실성 등 외부 변수에 훨씬 큰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는 현재 잠재적 사업가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며 "반도체업황 전망이 밝아졌지만 여러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주가 상승에 가장 큰 걸림돌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상고심 재판 결과가 아직 불투명하다는 점과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대량의 지분 매각이 발생할 가능성 등으로 꼽힌다.
30일 삼성전자 주가가 급락한 데는 삼성생명이 약 0.3% 정도의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기로 했다는 언론보도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삼성생명이 향후 보험업법 개정으로 5.9%에 이르는 삼성전자 지분을 추가로 매각해야 할 가능성도 힘을 얻고 있다. 0.3% 수준의 지분 매각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던 주가가 대량 매각 가능성이 구체화된 뒤에는 대폭 하락세로 접어들 공산이 크다.
삼성 계열사와 오너일가의 삼성전자 지분율이 약 20%에 불과해 경영권 유지가 불안하다는 점도 악재로 꼽힌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지분을 물려받으며 일부를 상속세로 내거나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추가로 매각한다면 지배력은 더 낮아진다.
삼성전자는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내놓으며 현금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후 소각, 주식을 50분의 1로 액면분할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이 모두 일시적 주가 상승을 주도하는 데 그치고 역효과도 발생하면서 삼성전자 주주 환원정책에 대한 시장의 평가도 부정적으로 돌아서고 있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은 삼성생명 등 금융 계열사가 일부 지분을 매각해야만 하는 이유가 됐다. 주식 액면분할로 소액주주 비중이 늘어난 점은 오히려 주가 변동성을 더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주력사업에서 경쟁이 치열해져 중장기 전망이 밝지 않다. 전장부품 등 신사업에서 성장성을 증명하기까지 아직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삼성전자가 주가 부양 시도에 성공하려면 지배구조와 경영권, 오너 관련 불확실성을 모두 만회할 수 있는 효과적 방법을 새로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연구원은 "삼성전자를 둘러싼 지배구조 이슈는 보험업법 개정안 도입 가능성과 이 부회장의 상고심 재판 등이 얽혀 있어 해결 방법을 예상하기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 최근 약 6개월 동안의 삼성전자 주가 흐름. <네이버 금융> |
국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가 주가 상승을 위한 노력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는 데 일치된 시각을 보이고 있지만 구체적 방식과 방향성을 놓고 크게 엇갈리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올해 안에 기존 주주 환원정책에 더해 대량의 현금을 추가로 배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부회장이 당분간 지배구조 개편을 검토하기보다 삼성전자의 실적과 미래사업 방향성을 잡는 데 우선순위를 둘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삼성그룹이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속도를 내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도 효과적 해결책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관련 규제 변화 등 외부 변수가 많아 이마저도 쉽지 않다.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은 지배구조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받고 있지만 어떤 방식이더라도 주주의 입장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