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노버 2분기 매출 급증 비결로 '중국 메모리' 꼽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의존 낮출 움직임 주목

▲ 레노버가 2분기에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거둔 배경으로 한국과 미국, 중국까지 다변화된 메모리반도체 공급망을 지목했다. 이는 CXMT를 비롯한 중국 메모리반도체 제조사에 글로벌 전자제품 제조사들의 관심이 더 높아지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레노버의 주요 소비자용 제품 라인업 홍보용 이미지. <레노버>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레노버가 메모리반도체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의 영향을 극복하고 시장 예상치를 크게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했다. 주가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는 글로벌 전자제품 제조사들이 레노버를 뒤따라 중국 기업의 메모리반도체 구매를 검토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에 의존을 낮추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윈스턴 청 레노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4일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대규모 부품 조달 역량과 차별화된 제품 및 서비스가 경쟁 우위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노버가 2분기에 약 5년 만의 최고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며 시장의 예상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낸 배경을 설명한 것이다.

2분기 레노버 매출은 269억4천만 달러(약 38조 원)로 로이터가 집계한 증권가 평균 전망치를 약 22% 웃돌았다. 13일 홍콩 증시에서 레노버 주가는 장중 22% 가까이 상승했다.

로이터는 레노버가 인공지능 서버와 같은 하드웨어 호황에 ‘특수’를 누리면서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에도 오히려 반사이익을 봤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의 인터뷰 진행자는 “레노버는 메모리반도체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을 사전에 예측해 성공적으로 대응하는 능력을 보였다”고 평가하며 비결이 있는지 물었다.

청 CFO는 “레노버는 메모리반도체 생태계의 원리를 이해하고 있으며 공급사들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협력사들과 원만한 관계 유지를 반도체 재고 관리에 장점으로 꼽은 셈이다.

인터뷰 진행자는 레노버가 현재 메모리반도체 공급 부족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물었다.

CXMT와 같은 중국 제조사가 D램 시장에 진입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과점체제에 도전하고 있는 상황을 평가하고 전망해달라는 요청도 이어졌다.

만약 CXMT가 메모리반도체 시설 투자를 확대해 생산 능력을 늘리면 레노버를 비롯한 기업들이 공급 부족에 따른 압박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냐는 질문도 제시됐다.

청 CFO는 “모든 메모리반도체 제조사들이 생산 능력을 키우고 있지만 시간이 필요하다”며 “시장에 추가로 물량이 공급된다면 어떤 것이든 환영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CXMT가 D램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을 확대하는 일이 전자제품 제조사들 입장에서는 유리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은 셈이다.
 
레노버 2분기 매출 급증 비결로 '중국 메모리' 꼽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의존 낮출 움직임 주목

▲ 레노버의 인공지능 서버 하드웨어 제품 홍보용 이미지. <레노버>

양위안칭 레노버 최고경영자(CEO)도 13일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메모리반도체 공급망 관리를 레노버의 실적 증가에 중요한 배경으로 꼽았다.

양 CEO는 특히 한국과 미국, 중국으로 다변화된 메모리반도체 공급망이 레노버의 성공적 대응 전략으로 이어졌다며 지금과 같은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글로벌 경쟁사와 달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이외에 중국의 메모리반도체도 사들이고 있다는 점이 공급 부족에 타격을 줄이는 데 기여했다고 밝힌 셈이다.

CXMT의 D램과 YMTC의 낸드플래시 등 중국 업체의 메모리반도체는 현재 대부분 레노버를 비롯한 중국 내수 고객사들에 공급되고 있다.

그동안 전 세계 전자제품 제조사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사의 D램에 절대적으로 의존해 왔다. 이들의 시장 점유율이 90% 안팎으로 절대적 영향력을 차지했고 기술력도 앞서나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분야의 수요 급증으로 메모리반도체 물량 부족이 심각해지자 제조사들이 중국 CXMT의 D램을 추가로 사들이는 방안을 검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본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미국 HP나 대만의 에이수스 및 에이서 등 글로벌 PC 제조사들도 뒤늦게 CXMT의 D램을 소수의 제품에 탑재하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된다.

뉴욕타임스는 애플도 일부 제품에 CXMT의 D램을 구매해 탑재하는 방안을 두고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기 위해 로비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레노버가 2분기 실적을 크게 늘리며 메모리반도체 공급망 다변화를 비결로 제시한 만큼 이러한 선례를 따라 중국 기업과 협력을 추진하는 제조사들이 더욱 늘어날 수 있다.

다만 로이터에 따르면 레노버는 반도체 가격 상승에 대응해 2026년 들어 PC 가격을 두 차례 인상한 것으로 파악됐다.

메모리반도체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위치에 놓였다고 보기 어렵다.

양 CEO는 로이터에 “하반기에도 PC 출하량 감소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PC를 제외한 다른 제품의 판매 확대에도 주력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