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과 ABL생명이 생명보험사 인수합병시장에 나온다면 매력적 매물이 될 수 있을까?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는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매각을 위한 타진에 들어갔다.
▲ 뤄젠룽 동양생명 대표이사(왼쪽)와 순레이 ABL생명 대표이사. |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는 중국에 있는 여러 글로벌 투자은행(IB)에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를 발송하고 최근 국내 금융지주사와 전략적투자자들과도 접촉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샤오후이 전 안방보험 회장이 자금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로 구속된 뒤 2월부터 중국 정부가 안방보험 경영을 대신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중국 정부가 안방보험의 공격적 해외투자 확대를 달갑지 않게 여겼던 것으로 알려졌던 만큼 사실상 중국 정부의 위탁경영 소식이 들렸을 때부터 동양생명과 ABL생명이 매물로 나올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특히 올해 초 중국 정부가 내놓은 보험 관련 감독방안에도 보험사의 주식 투자잔액이 순자산을 초과할 수 없다는 규정이 들어가면서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매각설이 더욱 불거졌다.
안방보험은 2015년에 동양생명을 인수하고 2016년에 ABL생명을 사들였다. 안방보험은 동양생명 지분 42%, 안방그룹홀딩스는 동양생명 지분 33.3%와 ABL생명 지분 100%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생명보험사시장에는 이미 ING생명이 매물로 나와 있다. KDB생명도 매각돼야 하는 형편이지만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어 몸을 추스른 뒤 나올 것으로 보인다.
ING생명 인수합병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금융지주사들이 동양생명과 ABL생명에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다만 ING생명과 비교해 매력이 떨어진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생명보험사 인수희망자들이 ING생명을 바라보다 동양생명을 대안으로 꼽을 수 있겠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ING생명은 3400억 원 규모의 순이익(2017년 기준)을 내고 지급여력비율이 455.3%(지난해 말 기준 1위)에 이르는 알짜 매물이지만 인수가격(2조5천억 원가량)이 너무 비싸 실제 계약단계까지는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동양생명은 지급여력비율이 지난해 말 기준 211.2%로 생보사 평균인 267.6%를 밑돈다. 25개 생보사 가운데 17위 수준이다. ABL생명은 지급여력비율이 245%로 집계됐다.
사업구조가 저축성보험 위주로 짜여진 점도 인수자 쪽에서 부담이 된다. 저축성보험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적용될 때 재무건전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매물의 가치를 깎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동양생명 인수가격이 얼마로 책정될 지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지만 안방보험이 동양생명에서 본전을 찾으려 한다면 적정선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안방보험은 동양생명을 1조1319억 원에 인수했고 지난해 3월 동양생명에 5283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했기 때문에 모두 1조6602억 원의 자금이 들어갔다. 여기에 경영권을 넘기는 것이니 프리미엄까지 붙인다면 인수가격은 시장의 기대보다 훨씬 웃돌 수 있다.
여기에 ABL생명을 끼워 파는 방안을 마련해 매력을 높일 수 있지만 두 차례에 걸친 유상증자로 3115억 원을 투자한 점을 고려한다면 그냥 넘기기 뼈아프다. ABL생명은 지난해 26억 원의 순이익을 낸 조그만 생보사다.
동양생명은 육류담보대출관련 리스크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만큼 영업력이 위축될 여지도 있다.
동양생명은 2016년 말 육류담보대출 사기사건에 휘말려 3176억 원가량의 피해를 봤고 금감원은 동양생명에 내부통제 미비의 책임을 물어 제재를 내릴지 고민하고 있다.
금감원은 4월 동양생명에 사전통지서를 통해 기업대출 부문에 대한 영업 일부정지 조치를 통보했다. 동양생명과 금감원은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이를 다투고 있다.
영업 일부정지는 영업정지 및 인허가 취소 다음으로 강도가 높은 기관 제재로 보험업 감독규정에 따라 3년 동안 신사업 진출이 제한된다.
안방보험은 동양생명의 매각주체였던 보고펀드와 유안타증권이 육류담보대출과 관련한 위험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매각과정에서 이를 고의로 숨겼다며 7천억 원대 소송을 내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