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에서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의 남매경영이 안착하면서 이명희 회장의 지분 승계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를 놓고 업계의 시선이 몰린다.

정 부회장이 이마트를, 정 총괄사장이 신세계를 맡아 경영 전면에 나선 지 2년 반 가까이 지났다.
 
정용진 정유경, 신세계그룹 '떳떳한' 지분 승계자금 어떻게 마련할까

정용진(왼쪽)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


두 사람이 그룹에서 입지를 탄탄하게 다지고 있는 점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지분 승계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이명희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이 각각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지분 가치가 워낙 높아 증여세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정 총괄사장이 최근 아버지 정재은 신세계그룹 명예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 21%가량을 활용해 신세계 지분을 확보할 가능성이 떠오른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이명희 회장이 보유한 신세계 지분 18.22%의 지분 가치는 7204억 원에 이른다. 이 지분을 물려받으려면 절반인 3600억 원가량을 증여세로 내야 한다.

정 총괄사장이 이번에 증여받은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 가치는 1905억 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증여액에 50%의 세율을 적용한 950억 원가량을 증여세로 납부하면 950억 원어치의 지분이 남는다.

정 총괄사장이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을 매각하더라도 신세계-신세계인터내셔날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에 큰 변화가 생기지 않는 만큼 이 지분을 승계를 위한 자금줄로 쓸 수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최대주주는 신세계인데 정 총괄사장은 현재 이명희 회장에 이어 신세계의 개인 2대주주다. 앞으로 이명희 회장의 신세계 지분을 물려받으면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 없이도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배력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다만 당분간은 정 총괄사장이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을 보유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개인 최대주주로 올라섰다는 상징성이 큰 데다 현재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신세계그룹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당분간 지분 가치를 더욱 키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정용진 부회장의 자금줄로는 광주신세계가 꼽힌다.

정 부회장은 광주신세계의 최대주주로 지분 52.08%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광주신세계 주가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오고 있다. 광주신세계 주가는 2015년 상반기만 해도 35만 원대를 웃돌았지만 현재 23만 원대에 머물고 있다. 정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 가치도 2015년 상반기 2917억 원에서 현재 1954억 원으로 크게 떨어졌다.

정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도 주목받는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2014년 12월31일 기준으로 삼성전자 주식 24만5천 주를 보유했다. 최근 삼성전자 주식이 50대 1로 액면분할하면서 보유 주식 수가 1225만 주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8일 종가 기준으로 정 부회장의 지분가치는 6444억 원에 이른다.

정 부회장은 이전까지 삼성전자 주식 29만3500주를 보유했으나 2014년 말 약 4만8500주를 처분했다. 정 부회장이 삼성전자 최대주주나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 아닌 데다 지분율이 5%를 넘지 않아 현재 지분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삼성전자는 2016년 9월 분기보고서를 끝으로 정 부회장의 보유 주식 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정 부회장이 아직 삼성전자 주식을 정리하지는 않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정 부회장이 2016년 9월 말 이후로 보유하고 있던 삼성전자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 하더라도 최소 3750억 원의 자금은 확보했을 것으로 보인다. 2016년 9월 말 이후 삼성전자 주가의 최저치가 153만 원대이기 때문이다.

이명희 회장이 보유한 이마트 지분 18.22%의 지분가치는 8일 종가 기준으로 1조3284억 원에 이르는데 이 지분이 정 부회장에게 물려주면 증여세만 66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정 부회장은 신세계I&C 지분 4.53%도 보유하고 있는데 지분 가치는 8일 종가 기준으로 각각 110억 원가량이다.

이명희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신세계건설 지분 9.49%를 정 부회장에게 증여할 가능성도 떠오른다. 다만 지분가치가 140억 원 수준에 그쳐 지분 승계자금 마련에 큰 도움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