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서울대학교 객원교수가 금융감독원장에 오르면서 금융권의 노동이사제 도입에도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원장이 임명되면서 금융회사에 노동이사제 또는 근로자 추천 이사제를 도입하는 여부를 놓고 논의도 탄력을 받고 있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하는 제도를 말한다. 근로자 추천 이사제는 근로자 측에서 추천한 인사를 이사회에 넣는 제도로 노동이사제와 맥락을 같이 한다.
KB금융그룹 노조협의회가 2017년 11월과 2018년 3월에 주주제안을 통해 사외이사를 연속으로 추천하면서 노동이사제와 근로자 추천 이사제가 금융권 전반의 화두로 떠올랐다.
그러나 KB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노조의 사외이사 추천안이 연이어 부결되면서 도입 논의도 가라앉았는데 윤 원장의 임명이 새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원장은 금융위원회의 민간자문단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으로서 2017년 12월 ‘금융행정혁신보고서 최종안’을 통해 금융공공기관에 근로자 추천 이사제를 도입할 것을 권고했다.
그는 민간 금융회사들이 근로자 추천 이사제를 도입하는 데에도 “이해관계자들이 심도 있게 논의한 뒤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우호적 태도를 보였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근로자 추천 이사제의 도입 논의를 ‘시기상조’로 바라보자 윤 원장은 “노사문제의 합의를 이끌어내려면 노동이사제와 같은 장치가 필요할 수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때마침 금융노조(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사무금융노조(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등 금융권 노조도 노동이사제 도입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금융노조와 사무금융노조는 2일 공동 출범한 금융공투본(금융공공성 강화와 금융민주화 쟁취를 위한 공동투쟁본부)의 주요 목표로 노동이사제 도입을 내세웠다.
윤 원장은 이때 국회에서 금융노조와 사무금융노조의 주최로 열린 ‘금융권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한 토론회’ 진행을 맡기도 했다.
사무금융노조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윤 내정자가 금감원장으로 결정된 것을 환영하는 분위기”라며 “금융행정혁신위원장으로서 노동이사제 등의 금융개편안을 권고했던 점에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원장이 노동이사제나 근로자 추천 이사제의 도입에 힘을 싣는다면 최근 정치권의 움직임과 맞물려 금융권 전반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월 안에 금융권의 노동이사제 도입을 담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도 금융권의 노동이사제 도입과 관련된 법안 발의를 각각 준비하고 있다.
이완영 자유한국당 의원이 1일 ‘자산 2조 원 이상인 기업은 사내이사 1명을 노조 총회에서 추천을 받거나 노조 임원으로 5년 이상 일한 사람으로 반드시 임명해야 한다’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