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서울 강남 대치쌍용2차아파트 재건축사업에 도전장을 던진다.
이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한 지 약 3개월 만에 다시 사업에 참여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박동욱 사장이 현대건설 대표이사에 취임 이후 첫 재건축사업 수주에 도전한다.
6일 대치쌍용2차아파트 재건축조합에 따르면 조합은 30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마감한다.
대치쌍용2차 재건축사업은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65번지 일대 364세대 규모의 대치쌍용2차아파트를 최고 35층, 6개 동, 560세대 아파트로 재건축하는 사업이다. 예정공사비는 1821억 원이다.
이 사업의 규모는 다른 서울 강남권 재건축사업과 비교해 크지 않다. 하지만 대치동 일대에서 진행될 여러 재건축사업의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어 일찌감치 건설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대치쌍용2차아파트 인근에 있는 대치쌍용1차·우성1차아파트는 이미 재건축사업을 추진하고 있을뿐 아니라 길 건너편에 위치한 은마아파트도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변경해 재건축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치쌍용2차아파트 재건축사업의 시공권을 누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인근 재건축조합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부동산업계는 보고 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조합이 2017년 12월 말에 첫 번째 추진한 입찰에 대우건설 단 한 곳만 사업제안서를 제출해 유찰됐다. 애초 후보군으로 뛰었던 현대건설이 입찰을 한 달가량 앞두고 조합원들에게 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철수했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최소 2곳 이상의 건설사가 입찰에 참여해야 입찰조건이 성사되는 일반경쟁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대우건설 한 곳의 참여만으로는 시공사 선정절차를 밟을 수 없다.
하지만 최근 대치쌍용2차아파트 재건축사업이 순항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건설이 다시 사업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방침을 바꿨기 때문이다.
대치쌍용2차아파트 재건축조합원들이 현대건설의 움직임을 놓고 “정말 사업에 참여하는 것이 맞냐”는 의심을 보내자 현대건설은 아예 입찰에 필요한 입찰보증금 50억 원을 2월 말에 현금으로 납부하기까지 했다.
현대건설이 30일 마감되는 입찰에 사업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입찰보증금 50억 원 전부가 조합에 귀속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건설의 수주 의지가 확고하다고 볼 수 있다.
안형태 대치쌍용2차아파트 재건축조합장은 “현대건설이 2017년 말에 입찰을 포기하겠다고 밝히면서 놀랐는데 이번에 다시 참여의사를 밝히면서 또 놀랐다”며 “수주의지가 매우 강하기 때문에 입찰에 무조건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에 새 대표이사 체제가 갖춰지면서 현대건설이 대치쌍용2차아파트 재건축사업에 다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건설업계는 파악한다.
2017년 말까지만 해도
정수현 전 대표이사 사장이 현대건설 경영을 이끌었다.
정 전 사장은 2017년 9월에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사업이라 불린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주거구역 단위) 재건축사업을 수주하면서 ‘이사비 7천만 원 지원’ 공약을 내걸며 건설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정 전 사장의 파격적 조건으로 현대건설이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사업을 따내긴 했으나 현대건설의 출혈도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현대건설에서도 사업 수주에 대한 책임을 물어 건축사업본부 주택사업본부장을 교체하는 등 진통이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은 이에 따라 2017년 말에 서울 강남권에서 진행되는 재건축사업 수주를 잠정 중단했는데 정 전 사장 체제가
박동욱 사장 체제로 교체되면서 잠정 보류했던 사업을 다시 시작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비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대치쌍용2차아파트 재건축사업은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의 2파전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대형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정비사업의 특성상 꾸준히 조합원들의 표심을 다져온 건설사가 수주전에서 승리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박 사장이 대우건설에 마음이 기운 조합원들을 얼마나 설득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