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태승 우리은행장이 2017년 12월1일 서울시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
손태승 우리은행장이 지주사체제 전환과 주가의 함수문제를 푸느라 머리가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손 행장이 대거 자사주를 사들이면서 자신감을 보이고 지주회사 전환과 밀접한 주가 올리기에 온 힘을 쏟고 있지만 우리은행 주가는 내리막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주가는 최근 한 달 동안 외국인 순매도세와 함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주가가 오른 날은 7일에 불과하고 그 마저도 하락폭을 따라잡지 못했다.
우리은행 주식의 외국인 지분율은 3월2일 28.13%에 이르렀다가 다음 거래일부터 줄어들기 시작해 4월2일 26.91%까지 내려갔다. 3일 간신히 0.04%포인트 증가했다.
우리은행 주가는 2월26일 1만7050원까지 갔다가 19.6% 낮아져 4월4일 1만37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다급해졌다. 3월에만 자사주를 5천 주씩 두 차례나 사들였다. 두 번째 매입 때는 사외이사들도 동참했다.
우리은행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데 주가는 민감한 문제다.
금융지주회사가 돼 카드, 증권 등 비은행권 사업규모를 확장하려면 예금보험공사가 들고 있는 우리은행 지분 18.43%를 처분해 우리은행이 완전민영화 되는 것이 이상적이다. 그러나 주가가 떨어지면 예금보험공사가 지분 매각을 꺼릴 수 있다.
주가만 제 자리를 찾아준다면 우리은행의 오랜 염원인 지주회사 전환에 다시 힘이 실릴 수 있다.
3월 갑작스럽게 공석이 된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자리도 박영석 서강대학교 교수가 채우면서 예금보험공사 지분 매각 문제 등을 논의할 여건도 마련됐다.
손 행장은 2일 우리은행 행사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지주회사 전환문제를 금융당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잠시 중단됐던 우리은행의 지주회사 전환이 새로운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의 선임으로 6~7월 다시 재추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주회사 전환을 뒷받침할 다른 여건은 잘 만들어지고 있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본업에서 중소기업 대출 증가에 힘입어 2018년 순이자이익이 2017년보다 4.5% 늘어난 5조455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우리은행은 2017년 금호타이어 대출과 관련해 대손충당금을 3150억 원 적립해뒀는데 금호타이어가 중국 더블스타 매각을 결정하고 경영 정상화의 길이 열리면서 충당금도 다시 순이익으로 환입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리은행은 금호타이어에 대출채권 3600억 원과 주식 2250만 주를 들고 있다. 은행권에서 금호타이어에 가장 큰 규모로 대금을 빌려준 곳이 우리은행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우리은행 지주회사 전환은 크고 복잡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절차에 따라 충실히 준비하고 흔들림없이 진행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시장은 자연스럽게 주가 상승으로 반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