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종규 회장이 2월13일과 3월30일 두 차례에 걸쳐 KB금융지주 주식을 1천 주씩 사들이면서 그가 보유한 KB금융지주 주식도 이날 기준 1만6천 주로 늘어났다.
윤 회장이 소유한 KB금융지주 주식의 가치를 2일 종가 기준으로 환산하면 9억5200만 원이다. 윤 회장은 KB금융지주와 계열사 임원들 가운데 KB금융지주 주식을 가장 많이 소유하고 있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윤 회장이 책임경영을 하겠다는 뜻으로 자사주를 계속 사들여 왔다”며 “KB금융그룹의 발전 가능성을 주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회장은 2014년 11월 취임한 뒤 지금까지 KB금융지주 주식을 전체 여덟 차례 샀다. KB금융지주는 그 기간에 순이익 상승을 유지해 2017년 3조 원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KB금융지주는 2018년 실적 전망도 밝다. 1분기에만 지배주주 순이익 9046억 원을 올린 것으로 추정됐는데 역대 1분기 순이익 가운데 가장 많다.
지배주주 순이익이란 모회사의 당기순이익을 계산할 때 자회사 순이익을 모회사의 지분만큼 반영한 수치를 말한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18년 영업일수가 2017년보다 많고 국내 기준금리도 4~5월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 순이자마진(NIM) 상승에 따른 이자이익 증가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2017년에 이어 2018년에도 역대 최대 규모의 순이익 기록을 경신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윤 회장이 2018년 들어 자사주를 연이어 사들인 데에도 이런 순이익 성장세와 관련된 자신감을 주주들에게 나타내 KB금융지주 주가의 반등을 뒷받침하려는 뜻이 엿보인다.
KB금융지주 주가는 최근 6만 원을 밑돌면서 최근 3개월 동안 종가 기준으로 고점을 찍은 1월12일 6만9200원에서 13% 정도 하락했다.
1월 내내 높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2월 들어 한 차례 내림폭이 커졌고 그 뒤 반등과 하락을 거듭하다가 3월 말부터 다시 하락해 2일에는 3개월 내 가장 낮은 정도로 떨어졌다.
KB금융지주가 2017년에 최대 순이익을 냈고 원화 강세 등 대외환경도 좋았지만 지배구조 개편, 노사갈등, KB국민은행의 채용비리 의혹 등이 맞물려 주가 하락을 불러온 것으로 보인다.
특히 채용비리 의혹을 보면 윤 회장의 종손녀(누나의 손녀) 등이 특혜채용 대상으로 지목된 데에다 검찰의 수사과정에서 국민은행 인사팀장이 구속되기도 했다.
윤 회장이 2월과 3월에 걸쳐 자사주를 사들인 것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책임경영을 앞으로도 계속할 수 있다는 신호를 주주들에게 먼저 보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 회장이 지금까지 자사주를 사들인 시점을 살펴보면 중요한 사건이 터진 시기를 전후해 주식을 매입한 사례가 많기도 하다.
그는 KB금융지주 회장으로 선임된 직후인 2014년 11월 KB금융지주 주식 5300주를 처음으로 사들였다.
2015년 7월 4700주를 샀을 때는 큰 일이 없었지만 2017년 8~9월 동안 네 차례에 걸쳐 4천 주를 매입한 시기에 KB금융지주의 회장 선임절차가 진행돼 윤 회장의 연임이 확정됐다.
이번에도 검찰이 국민은행의 채용비리 수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KB금융지주 본사 등을 압수수색한 뒤 윤 회장이 자사주를 연이어 사들였다.
KB금융지주 주가는 2일 직전거래일인 3월30일보다 1.98%(1200원) 떨어진 5만9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