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김정훈 현대글로비스 대표도 마찬가지다.
현대글로비스는 7월이면 현대모비스로부터 모듈 등 알짜 사업부를 넘겨받아 성장의 날개를 단다.
김 대표로서는 더 이상 좋을 수도 없을 때 경영을 맡은 셈인데 그만큼 책임도 무겁게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은 현대글로비스의 기업가치 높이기가 핵심으로 꼽힌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글로비스가 현대모비스의 분할 사업부와 합병한 이후 시가총액이 올라야 오너일가가 현대모비스 지분을 순조롭게 확보할 수 있다”며 “현대차그룹 차원에서도 현대글로비스의 주가 상승에 주력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 대표가 올해 초 현대글로비스 CEO로 발탁된 것 역시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안은 현대글로비스의 규모를 키우고 사업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만들어졌다.
현대글로비스가 합병기일인 7월1일 모듈사업과 AS사업부를 넘겨받으면 기존 물류와 해운, 유통에 국한됐던 사업영역을 부품 제조까지 넓힐 수 있다. 완성차가 제조되기 이전 모든 단계의 사업을 전부 운영하게 되는 셈이다.
김 대표는 현대기아차에서 통합부품개발실장과 구매본부장 등을 거쳐 승진한 만큼 부품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는 데 적합한 실무능력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김 대표의 취임을 두고 “현대기아차와 계열사 사이의 유기적 협력을 강화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글로비스는 그동안 주가가 지지부진했지만 김정훈 대표의 전임자인
김경배 현대위아 대표를 탓하기 어려웠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 대주주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등이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는 걱정이 작용한 결과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합병 이후에는 오너일가의 지분교환을 통해 그동안 발목을 잡아왔던 규제 리스크를 벗게 되는 만큼 앞으로 추가적 주가 상승 여부가 김 대표의 경영성과에 달려 있게 된다.
김정훈 대표로서는 큰 부담을 안게 되는 셈이다.
그는 최근 주주총회에서도 “올해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주력하겠다”며 “신사업을 적극 발굴하고 인수합병 기회를 계속 찾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특히 인수합병 성과가 주목된다.
현대글로비스는 그동안 매년 영업이익이 성장해왔지만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판매 부진으로 덩달아 영업이익 증가세가 꺾였다. 그룹 의존도를 낮추고 3자 물류기업으로 올라서려면 해외 물류회사와 인수합병이 필수적인데 2014년 아담폴 인수 이후로는 소식이 없다.
하지만 요즘 들어 기대감이 높아졌다. 현대글로비스의 선박 투자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현금성 자산이 증가한 데다 합병 과정에서 현대모비스의 순현금 2조2천억 원도 이전받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총탄'은 넉넉히 확보했다고 할 수 있다.
김 대표에게 현대글로비스는 전문경영인으로서 첫 시험대이기도 하다. 받아든 구슬을 잘 꿰어야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