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마칠 때까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연기할 수 있다는 뜻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한국과 미국 정부가 한미 FTA개정이 사실상 타결됐다고 발표하자 “한미 FTA는 위대한 합의다”고 환영했는데 하루 만에 말을 바꾼 셈이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30일 블룸버그와 AP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미국 오하이오주 리치필드에서 열린 사회 인프라 관련 행사에서 “나는 북한과 거래가 이뤄진 이후로 (한미 FTA 개정을) 미뤄둘 수 있다”며 “왜 이러는지 아는가, 왜냐하면 그것은 매우 강력한 카드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공격적 언사는 다소 차분해졌다”며 “우리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을 매우 신사적으로 대할 것이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과는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는데 좋은 일이 벌어진다면 받아들일 것”이라며 “나쁜 결과가 나온다면 우리는 가던 길을 갈 것이다. 그 다음에는 매우 재밌는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지금까지 매우 잘 해왔다”며 “하지만 우리는 계약을 잠시 뒤로 미루고 모든 일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트위터에서 “이제 중요한 안보관계에 집중하자”며 한미 FTA 개정에 만족을 표시한지 하루 만에 말을 뒤집은 셈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발언을 한 의도를 두고 미국 언론들은 북한을 압박할 때 한국과 미국이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같은 태도를 유지하도록 만들기 위한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AP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협상 과정에서 한미 FTA를 지렛대로 삼으려는 차원”이라며 “이 발언은 남북이 정상회담 일정을 발표하는 도중에 나왔다”고 말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북한으로부터 핵 양보를 견인하기 위해 한국과 미국의 태도를 단일하게 유지하는 게 중요한 상황”이라며 “미국의 일부 관료들 사이에서는 한국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과 합의 도달에 치우친 나머지 ‘취약한 합의’로 끝날 수도 있다는 염려가 나온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