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공식적으로 다시 경영에 참여할 시기를 놓고 관측이 분분하다.
이 부회장은 2월 초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석방됐지만 이후 약 한 달 반 동안 이사회나 삼성전자 관련 행사 등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3월 말 열리는 삼성전자 주주총회와 삼성그룹 창립 80주년 기념일, 4월 중국에서 열리는 보아오포럼 등이 유력한 경영복귀 시점으로 꼽히고 있지만 실체는 없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공식 일정을 재개할 시점을 놓고 여러 말이 돌고 있지만 모두 근거없는 이야기"라며 "지금은 경영복귀 가능성과 시기를 짐작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아직 상고심 재판을 앞두고 있어 대외적 행사에 나서기는 심적 부담을 느낄 수 있지 않겠냐는 관측도 내놓았다.
박근혜 게이트 재판이 아직 진행중인 점을 고려하면 이 부회장의 상고심 선고는 내년까지 미뤄질 수도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계좌 발견, 이명박 전 대통령과 삼성그룹의 유착 논란도 이 부회장과 직접적 연관은 없지만 사회적 여론을 더욱 살필 수밖에 없는 대목들이다.
결국 삼성전자는 올해 사업 운영과 경영체제 확립 계획을 세우면서 이 부회장이 예상보다 오래 공식적 경영활동에서 손을 뗄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23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이런 배경을 충분히 설명하고 확실한 대안을 마련해 신뢰를 구하는 일도 중요한 과제인 셈이다.
지난해 삼성전자 주요 경영진들은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어려운 경영환경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같은 연장선에 놓여있는 것이다.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과 윤부근 부회장은 지난해 공식석상에서 이 부회장의 경영공백이 대규모 투자 또는 큰 틀의 사업전략을 결정하는 데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2016년 말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오른 뒤 자리를 오래 비워 이사회에서 역할과 책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놓고 비판적 시선도 나온다.
이 부회장이 경영의 전면에 나서지 않고 이사회 구성원이 아닌 삼성전자 오너로서 경영활동을 한다면 경영 투명성과 관련한 주주들의 불만이 커질 수 있다.
▲ 삼성전자 수원 본사.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이사회 활동과 관련한 내용은 공식적으로 언급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삼성전자 주주들은 정기 주주총회에서 공개질의 등 절차를 통해 적극적으로 비판을 내놓는 사례가 많아 몇 시간 동안 '마라톤 주총'이 이뤄지기도 한다.
올해도 주주들이 삼성전자에 요구할 만한 사안들이 적지 않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삼성전자가 주주들의 신뢰를 얻으려면 전문경영인체제의 확신을 보여주거나 이 부회장의 구체적 경영복귀 계획을 내놓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가 이 부회장의 구속 사태 뒤에도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면 결국 주주들의 자극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